올 하반기부터 국내 경차 시장에 새 모델이 쏟아진다. 연식변경과 부분변경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모습의 경차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차 시장을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6일 현대차와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하반기 경차 시장 키워드는 SUV와 대형화, 다양화로 점철된다.
현대차는 오는 9월께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을 통해 위탁 생산할 경형 SUV를 선보인다. 본격적인 판매는 4분기로 점쳐진다. 2001년형 아토스(Atoz)를 출시한 이후 20년 만에 내놓는 경형 신차다.
GGM은 광주광역시가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세운, 연산 10만 대 능력을 갖춘 자동차 위탁생산 공장이다. 광주광역시가 지자체 공기업을 통해 지분 21%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지분 19%를 보태 위탁생산 체제를 갖췄다. 새 모델을 개발과 판매는 현대차가, 생산은 GGM이 맡는 방식이다.
GGM은 주 44시간만 가동한다. 숙소를 비롯해 각종 직원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평균 연봉을 완성차 업계의 절반인 3500만 원 수준에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선보이는 새 경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형 SUV다. 경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엔진 배기량(1000cc)은 물론 길이와 너비를 각각 3.6m와 1.6m에 맞췄다.
다만 최저 지상고와 전고를 높여 SUV 형태를 지녔다. 덕분에 경차 수준을 넘어서는 실내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력이 큰 국내 경형 SUV 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수출 시장도 염두에 뒀다.
한국지엠은 스파크를 대신할 새 경차를 준비 중이다. 경차를 밑그림으로 차 높이를 높였다. SUV 대신 크로스오버 개념을 담은 경형 CUV를 강조하고 있다.
생산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맡게 된다. 1991년 대우국민차 창원공장으로 시작해 올 3월까지 다마스와 라보 등 경상용차를 생산했다. 현재는 쉐보레를 대표하는 경차 '스파크'를 생산 중이다.
올 하반기 공개될 쉐보레의 경형 CUV는 크로스오버 개념을 담아 차 높이를 키우고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창원공장은 이른바 '리-툴드(Re-tooled)'로 불리는 설비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장공장은 이미 새 모델에 맞춰 새로 지었다. 새 모델 출시와 함께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미국 GM의 글로벌 경형 CUV 생산기지로 전환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GM 본사가 한국지엠에 연간 27만 대의 경형 CUV 생산을 위탁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이처럼 국내 경차 시장에 새 모델이 잇따라 출시를 예고한 만큼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경차 시장이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러 가지 선결 과제도 존재한다. 먼저 판매간섭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가격이 싼 신차는 977만 원에서 시작하는 쉐보레 스파크다. 1000만 원 아래에 머물러있던 모닝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경차의 출발 가격 대부분이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새로 선보이는 현대차의 경형 SUV와 쉐보레 경형 CUV 모두 10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1500만 원 수준이 준중형차 출발 가격과 겹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경차로 얼마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기아의 경차 모닝은 동희오토에서 생산 중이다. 기아와 동희홀딩스가 합작한 위탁생산 공장이다. 기아는 동희오토의 뛰어난 생산성을 바탕으로 값싼 경차를 팔면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현대차 역시 GGM을 통해 경형 SUV를 생산해 수익성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지엠은 수출확대 전략을 앞세워 경형 CUV의 수익성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 프라이드가 국내에서 단종된 만큼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에 공백이 커졌고, 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새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라면서 “최근 SUV 인기가 상승 중인 만큼, 국내에 없던 경형 SU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사실상 소형차 시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