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고난과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근성있는 사람'
'불사조(不死鳥)'에 대한 다양한 의미다. 사람의 경우 '전설 수준의 대단한 사람'에게 붙여지는 고귀한 별명이다.
그 어떤 고난에도 불굴의 의지로 승리까지 이끌어 낸 스포츠 선수에게도 간간이 붙여지기도 한다.
한국 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박철순 전 야구선수'. KBO리그 원년부터 활약한 그는 OB/두산 베어스의 첫 번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한 프로 스포츠 구단에 소속돼 오랜기간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또 22연승을 포함해 베어스의 원년 우승을 이끌었고, 수많은 부상을 이겨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6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한 박철순의 등번호 21번은 2002년 영구결번됐다. 21번은 박철순을 상징하는 번호이자 그에겐 최고의 영예다.
모두 공감하겠지만 이 정도의 위인(偉人)에게 붙여지는 별명이 '불사조'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붙여서도 안된다. 남들이 인정하고 불러주는 불사조야말로 의미가 있다.
이런 엄청난 불사조란 별명을 스스로에게 붙여준 대범(?)한 정치인, 피의자가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이스타항공 횡령 의혹으로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되자 자진 탈당하고, 최근에는 그룹 회삿돈 555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전주지법에 출석하면서 동행인에게 "사람들이 날 자꾸 건드린다. 하지만 나는 불사조다. 불사조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불사조란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듯하다. 단순히 '죽지 않는다'는 의미만 아는 듯하다. 박철순 전 선수를 칭하는 불사조와는 동음이의어가 된 듯하다. 박 전 선수에게 별명을 붙여준 팬들도 대로할 일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탈당 당시 "사즉생 각오로 이스타항공과 그 직원들의 일자리를 되살려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오만한 태도에서 '언행불유(言行不類)'가 입증됐다. 직원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본인만 불사조(죽지 않는 새)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을 넘어 한때 자본잠식률을 3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취약했으며, 그 이후 경영 환경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그 와중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보이콧 재팬',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벼랑끝에 내몰린 상태다.
이토록 회사가 끊임없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 의원은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 유지비에도 회삿돈을 마구 썼다. 반면 이스타항공 직원 700여명은 실직자가 됐으며, 직원들이 못 받은 임금은 7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의원의 딸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여의도 고급오피스텔에서 지내며 포르쉐를 타고 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거의 중범죄 수준의 혐의를 받는 이 의원이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지역구 의원은 탈당해도 무소속 의원으로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법적심판을 받게된들 자칫 시간을 끌 경우 4년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이 의원은 스스로가 불사조가 아닌 그저 피의자일 뿐임을 자각하고 온갖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