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코르네유의 희극 ‘거짓말쟁이’에 나오는 등장인물 B의 대사다. 주인공 A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 자리에서 벼락을 맞을 거예요”라고 말한 것에 대한 명쾌한 일갈이다.
A는 거짓말을 일삼다가 곤경에 빠지는 인물이다. 자신이 한 거짓말로 궁지에 몰리게 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또다시 만들어내며 악순환을 반복한다. 물론 그의 거짓말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커다란 악의는 없다.
A를 보면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보다 범위를 좁히자면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좀 더 가까울 듯싶다. 이들은 요술지팡이를 휘둘러야만 실행이 가능할 것만 같은 거품 공약들을 남발하고, 속 빈 공약들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또 후보 간 비방전이 가열될 경우엔 어김없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에, 또 거짓말을 하게 된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나 악의는 없다. 그저 본능이다.
4·7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더 와닿는다. 심지어 오늘은 만우절이다. 당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곡동 의혹이 핫하다. 시종일관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오 후보의 “처가가 상속받은 땅이 강제 수용됐을 뿐이다, 내곡동 지역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2005년 측량 현장에 안 갔다”라는 주장과 박영선 후보의 “당시 현역 시장으로서 이해충돌과 관련이 있으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반박 중 어느 한 쪽은 분명히 진실이 아니다.
비단 선거에 도전장을 낸 후보들만 주인공 A와 같을까. 과연 선거 시즌에만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아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정치권에선 365일이 만우절이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을 향해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을까. 최근만 해도 떠오르는 사례들만 수두룩하다. 한 정치인의 과거 발언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보자.
“임대차 관련 큰 제도적 변화로 전·월세 시장에선 과도기적 불안정이 나타나고 있는데, 안정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뒤로 빠진 적이 없다.”
모두 지난해 8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했던 말이다. 당시 김 실장은 임대차 3법을 강행하며 국민에게 법으로 5%룰을 강제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국가 주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은커녕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나 올려받으며 잇속을 챙긴 것이다. 이에 대한 변명도 결국 거짓이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의 보증금도 2억 원 넘게 올라 목돈이 필요했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부부 통장에는 14억 원가량의 현금이 있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정치인=거짓말쟁이’라는 공식은 부인할 수 없다. 영국에도 ‘강물이 없는데도 다리 놓겠다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나. 이들의 낯짝이 두껍다고 해야 할까. 이 정도면 정치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영원히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다. 오죽하면 ‘정직한 후보’라는 제목의 풍자 정치 영화가 개봉했고, 심지어 나름 흥행까지 했을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구동성으로 ‘정직한 정치인’을 콕 찍어 말할 수 있는 ‘그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