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미국의 기회의 땅 미국에서 사업 속도를 높인다. 연내 독자 사업인 PK마켓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론칭하고, 수년 내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벤쿠버에 ‘뉴시즌스마켓(New Seasons Market)’을 출점할 예정이다. 베트남 고밥점 사업 정리에 나서면서 그로서리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미국 오리건주 레이크 오스위고와 워싱턴주 밴쿠버에 ‘뉴시즌스마켓’의 신규 점포를 출점하기로 했다.
먼저 내년 상반기 포틀랜드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레이크 오스위고에 약 2582m²(약 781평) 규모의 매장을 열고, 이어 2023년 하반기에는 밴쿠버에 약 2323m²(약 702평) 규모의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뉴시즌스마켓’을 새롭게 이끌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랜시 리볼드(Nancy Lebold)를 선임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유통체인 윈코푸드(WinCo Foods)에서 27년 이상 근무한 유통 베테랑으로 크로거(The Kroger)의 푸드 포 레스(Food 4 Less) 마트 서부 해안식료품점에서 상품 판매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마트는 2018년 미국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2억7500만 달러에 인수해 북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브리스톨 팜스(Bristol Farms)’와 ‘메트로폴리탄 마켓(Metropolitan Market)’, ‘레이지 에이커스(Lazy Acres)’등을 보유한 지주사다. 인수 당시 LA와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총 24개 매장을 운영했다.
이듬해 굿푸드홀딩스는 뉴시즌스마켓을 2억 달러에 인수했다. 뉴시즌스마켓은 유기농 등 자연 친화적인 식료품을 취급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표방한다. 현재 19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캘리포니아주에서 뉴리프커뮤니티마켓이라는 이름으로 5개 매장을 갖고 있다.
이마트의 미국 사업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19년 27개에 불과했던 점포는 지난해 51개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사업 총매출은 1조6272억 원으로 직전년에 비해 131.5% 치솟았다. 내실도 좋다. 작년 미국 사업의 영업이익은 99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미국 법인 흑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세를 몰아 독자 사업도 나선다.
연내 독자 브랜드인 PK마켓도 LA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에 오픈하기로 했다. PK마켓은 이마트의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국내에서는 고양과 하남 스타필드 등에 입점해 있다.
이마트가 미국 사업에 힘주는 것은 불확실한 아시아 시장에 비해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꼽힌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최대 3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 정치 리스크에 2017년 완전히 철수 했다.
2015년에는 ‘고밥점’으로 베트남 대형마트 사업에 진출했다. 출점 4년 만에 단일 점포로 베트남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베트남 정부의 반부패 운동 등 현지 사정으로 추가 출점에 난항을 겪으며 현재 현지 기업인 ‘타코(THACO)’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로서리 선진국인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국내 사업에 접목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평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1월에는 코로나19에도 미국 출장에 올라 사업을 점검했다. 이마트는 3년 간 총 1931억 원을 미국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노브랜드 사업은 이어간다. 2019년 11월 필리핀에 처음으로 진출한 노브랜드는 30일 필리핀 마닐라 초대형 쇼핑몰 ‘아얄라몰 마닐라베이‘에 320㎡(97평) 크기로 필리핀 5호점을 오픈한다. 이마트는 필리핀에만 연내 5개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 내 뉴시즌스마켓 추가 출점을 비롯해 연내 PK마켓 오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