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연애 실패 끝에 얼마 전 결혼을 했다. 흔히 인수합병(M&A)을 결혼에 비유하는데,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는 결혼과 서로 다른 두 회사가 만나는 인수합병은 서로 다른 듯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이론과 실전은 정말 다르다는 점이다. 결혼과 인수합병에 대한 이론은 모두 그 방법론에 치중되어 있을 뿐, 어디서 어떻게 상대를 만나야 시너지가 나는지는 매우 추상적으로만 배운다. 인수합병의 경우 여러 상대를 검토한 뒤 인수의향서를 보내고 MOU/LOI를 작성하고 실사를 한다는 등 절차 위주로 배우고, 결혼의 경우 이런저런 사람이 좋더라라는 개인적인 정보만 습득한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이 절차 이전, 즉 상대를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더 어렵고, 상황과 개인별로 무수하게 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 이론은 실전과 참 다르다.
둘째, 무수히 많은 상대와 데이트하고 또 대부분 실패한다는 점이다. 결혼과 인수합병 모두 정말 많은 사람(=회사)를 소개받고, 연애(=실사)도 해보지만 거의 열의 아홉은 실패로 끝이 난다. 일반적으로 결혼과 인수합병은 단 하나의 상대와 단 한 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매자가 받는 수수료도 엄청나다. IB라 불리는 투자금융회사들이 받는 중개수수료와 결혼중개업체가 받는 수수료 시장은 가히 조 단위 시장이라고 한다.
셋째, 당사자들의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실패할 경우 모두가 상처받을 가능성이 크다.두 상대 모두 진심으로 연애(=실사)에 임하다 헤어지더라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용했다고 억울해하거나, 나를 모욕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수합병의 경우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양쪽 얘기를 모두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덜 좋아했거나 덜 절박한 쪽이 가해자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냉엄한 결혼 및 인수합병시장에서 이는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이므로 더 매력적이거나 강해질 수밖에 없다.
넷째, 결과적으로 가장 성향이 유사하고 합이 맞는 상대와 하게 된다는 점이다. 첫 만남의 설렘 뒤 수개월에 걸친 연애(=실사)의 과정을 거쳐 여러 질문도 하고 공동 프로젝트도 실험 삼아 해보며 서로에 대해 배워간다. 요즘처럼 결혼 상대(=매수/매도자)가 글로벌해질수록, 이 과정은 더 어렵고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더 다양한 업종과 문화를 가진 후보자들을 만나는 이유가 나와 합이 잘 맞는 상대를 찾기 위함이라니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통점으로, 결혼과 M&A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인수합병의 경우 보통 매수자의 주가는 내려가고 매도자의 주가는 올라가는데, 이는 매수자가 들인 돈에 비해 두 회사를 합쳤을 때 시너지가 충분히 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시장의 반증이기도 하다. 결합 전의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긴 데다, 의사결정은 둘이 했지만, 결합 이후에는 챙겨야 할 이해당사자가 많다. 그 어려움에도 성공한 인수합병이나 결혼의 경우 서로 힘이 되어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성취를 이뤄내거나 크게 성장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흔히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는 일을 ‘Exit한다’고 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맞는 말이지만, 창업자이자 대표로서는 자기보다 큰 회사와의 합병은 이전에 혼자서는 할 수 없던 멋진 일을 함께 성취할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필자가 창업한 스타트업 스윙(SWING)은 최근 휴맥스, 해시드, M캐피탈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전략적 투자자란 인수합병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사업을 키워나가고 싶어 투자한 회사를 말한다. 스윙 혼자서는 그저 전동킥보드 회사일 뿐이지만 휴맥스의 모빌리티 인프라, 해시드의 프로토콜 경제에 대한 노하우, M캐피탈의 금융 노하우가 결합하면 훨씬 다양하고 큰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도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기와 거의 동시에 결혼을 해 인생의 큰일을 함께 해 줄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이 자리를 빌려 친구에서 나의 아내가 된, 이정현 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