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이 협력해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K-모빌리티 글로벌 부품수급 동향 및 대응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차량용 반도체를 98%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공급 부족 사태로 자동차 기업들의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차량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개발ㆍ생산에도 힘써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물량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자동차 제조사와 반도체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대외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나선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여타 부품의 연쇄적인 조업 차질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자동차ㆍ반도체 업계 간 협업 생태계 조성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미래차 연구ㆍ개발 지원 △노사관계 법ㆍ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을 갖춘 최신 공정은 민간이 주도하고 인프라 성격을 지닌 오래된 공정은 투자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공급 부족 완화는 하반기를 예상하지만, 정상화까지는 요원해서 중장기적인 반도체 조달전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이오닉 카메라용 반도체 칩(이미지센서)만 보더라도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공급망이 형성돼 있어 국내 안정적 공급을 위한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장부품 산업 중요성이 커진 만큼 연구ㆍ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차의 전장부품 비중이 내연기관차의 2배를 넘는 70%까지 증가할 전망이지만 국내 1만여 개 부품업체 중 전장부품업체 비중은 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래차 연관산업인 자동차, 전기ㆍ전자와 소프트웨어 3개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을 비교해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적극적인 연구ㆍ개발 투자를 주문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하면서 2차전지 공급이 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2030년 2.6테라와트아워(TWh) 규모로 2018년 대비 14배 커질 전망인데 배터리 제조사들의 공격적 증설에도 수요를 감안하면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또 "전기차 배터리 경쟁을 보면, 전기차 제조사들은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배터리 형태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며 "양극재도 LFP(리튬ㆍ철ㆍ인산염)에 비해 하이니켈 NCM(삼원계) 배터리 비중이 의미 있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