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계속되는 논란…교보문고 결국 판매 중단

입력 2021-04-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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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회고록 둘러싼 논란 계속
교보문고 '세기와더불어' 판매 중단
다른 판매처에서는 25일 기준 구매 가능
일각에서는 "판매해도 괜찮다" 의견도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둘러싼 국가보안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보문고가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세기와 더불어'가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교보문고 측은 판매 중단 이유로 “이적표현물을 구매했을 경우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고객 보호 차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적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과거 김일성이 쓴 1912년 4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자신의 항일 무장 투쟁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총 8권으로 분량이 3511쪽에 달한다. 국내출판사 민족사랑방이 김일성을 저자로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겨 지난 1일 출판했다.

해당 도서는 국내 출간 과정에서 통일부와 사전 협의 및 도서 반입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이미 2011년 대법원은 세기와 더불어를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판단했다. 또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국내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출간과 관련해 통일부와 사전 협의하거나 반입 승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민주주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3일 세기와 더불어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이들 단체는 "반인도 범죄자인 김일성을 조작·미화한 책을 제한 없이 판매·배포하는 것은 헌법과 국가보안법의 원리를 침해한다"면서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교보문고에서는 10여 부가 이미 판매됐고,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교보문고는 판매를 중단했지만 25일 현재 예스24와 알라딘 등 타 온라인 서점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제출됐고 경찰과 통일부 등도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지만, 현 상황만으로는 책 판매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

세기와 더불어는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서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되는데, 출판사의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절차상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 출판물의 국내 출간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며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하태경 의원 의견에 공감하면서 "김일성 회고록은 환타지(판타지) 소설이거든요”라며 “연식(年食)이 좀 있는 이들을 위한 독특한 장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책을 출간한 민족사랑방의 김승균 대표는 연합뉴스에 "남한은 출판 허가제가 아니라 괜찮다고 봤는데 논란이 커져 본의 아니게 송구스럽다"면서도 "특수자료 취급 인가를 받은 남북교역 주식회사를 통해 2012년에 원전을 들여온 거라서 원전을 그대로 출간했다고 법 위반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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