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국내에 출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고록은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바 있다. 통일부는 출판 경위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출판사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지난 1일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사를 다룬 회고록을 시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 씨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지난해 11월 출판사 등록을 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4월 15일 김일성의 80회 생일을 맞아 북한 평양의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그해 같은 달부터 1997년 8월까지 대외선전용으로 펴낸 김일성 회고록이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 4월부터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까지의 일대기다. 이 책이 한국에서 정식 출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판례에 따르면 '세기와 더불어' 원전은 이적표현물이다. 2011년 7월 대법원은 북한 체제를 추종해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에 대한 원심판결(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하면서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09년 6월 판결을 통해 정씨가 2002년경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북한 서적 전문판매점 ‘고려서적’ 등지에서 구입해 보관하던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김일성의 전 가계를 항일 독립투사로 날조하고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미화·찬양하는 내용"이라며 이적표현물로 규정했다.
정씨는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회고록일 뿐 이적표현물이 아니다"라며 항소했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그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세기와 더불어'는 선군정치를 미화하고 수령론에 입각해 김일성 부자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며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이라며 "책의 실질적인 내용, 제작 주체와 제작 목적 등에 비춰 보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측은 인터넷서점 등에 게재한 책 소개를 통해 '세기와 더불어'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 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며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싸워온 투쟁기록을 고스란히 녹여 낸 진솔한 내용을 수채화처럼 그려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경위 파악에 나섰다. 통일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책의 출간과 관련해 출판사 측이 통일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반입 승인 등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출판 경위 등을 파악해 보면서 통일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집은 인터넷 교보문고 등에선 이 전집을 2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