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다부처의 중복 규제가 일어날 수 있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공정위, 중기부, 국토부, 산업부까지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려 한다. 관료주의의 폐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최근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을 분석한다’는 주제로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일침을 가했다.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발표했다.
발제 뒤 토론에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실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배춘환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 등이 참여했다.
온플법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계약을 체결할 때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한 중개거래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안 등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온플법 모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낮은 시장 진입 장벽 △다면 시장 △경쟁 제한성 판단의 어려움 △글로벌 경쟁으로 탈 영토성 △망 영향성 등을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낮은 시장 진입 장벽으로 점유율 변동이 매우 유동적”이라며 “전환 비용도 네이버를 쓰다가 쿠팡을 쓸 때 소비자가 들어가는 비용이 ‘0’인 탓에 경쟁 제한적인 시장이라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배달 앱 시장만 봐도 지자체 등 공공에서도 뛰어드는 마당에 배달의민족이 독점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방통위 법안으로 알려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에 관해 유사입법 전례가 전무한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대부분 독점규제법,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되는 규제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방통위 안에 대한 비판이 곧 공정위 안에 대한 지지는 절대 아니다”라며 “모든 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공정위 안에 관해 플랫폼 자체의 이익 외에 다른 참가자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률적인 규제에서 탈피해 플랫폼의 종류, 규모, 영향력에 따른 개별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현재 온플법 관련 논의가 모두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희석 교수는 방통위 안과 공정위 안 모두 존재의 필요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플랫폼 안에서 판매자와 소비자는 계약 관계”라며 “30~40만 판매자와 수백만의 소비자가 계약 관계를 체결하는 것이고, 플랫폼은 시스템적인 서비스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서 교수는 “예컨대 ‘채무 불이행’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으로 해결되는 문제인데 왜 행정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위한 입법을 하는 게 아닌지, 전문가 논의를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의 우려도 당국이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로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법”이라며 “플랫폼은 결국 사람을 모으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그 안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적극 개입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오픈마켓 경우 반품이나 환불 과정에서 입점사와 플랫폼 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온플법을 놓고 공정위와 방통위가 충돌하는 양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어느 부처가 담당할지는 중요하지 않고, 누가 하더라도 사각지대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춘환 방통위 과장은 시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방통위가 제도 개선의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입법을 회피하기보다 어떤 제도가 더 적합한지 비교해야 한다”며 “김현경 교수님의 의견을 잘 검토해 입법 과정에서 수정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