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세계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기술규제가 WTO 출범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같은 내용의 ‘1분기 무역기술장벽(TBT) 동향’을 20일 발표했다.
WTO에 따르면 1분기에 64개국에서 1023건의 TBT를 통보했다. 이는 작년 동기(955건) 대비 7% 증가한 것이며, 분기별 통보문 기준으로 역대 최다 건수다.
TBT는 국가 간 서로 상이한 기술 규정, 표준, 시험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 요소를 말한다.
전기·전자, 생활용품 분야의 기술규제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중국과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의 통보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분기별 가장 많은 TBT 통보를 기록한 것으로 국표원은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 18건에서 올해 50건, 파키스탄은 이 기간 0건에서 61건으로 늘었다.
통보문 발행 상위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개도국이다.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은 전체 통보문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선진국 규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식의약품(37%), 생활용품(12%), 전기·전자(10%), 화학세라믹(8%) 등의 순으로 통보 건수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의 건강, 보건 분야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표원은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1분기 TBT 통보문 가운데 인도(8건), 중국(5건), 사우디(4건), 아랍에미리트(1건), EU(3건), 칠레(1건) 등 17개국, 33건이 우리 수출기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WTO TBT 위원회 등을 통한 협의를 거쳐 6개국, 11건의 기술규제에 대해 규제 개선 혹은 시행 유예 등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A 기업은 인도의 무수프탈산 제품의 수출 규제로 수출이 전면 중단될 위기였으나, 9개월 시행이 연기돼 약 3346만 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었다. B 기업은 인도의 에어컨 및 관련 부품 규제 시행 연기와 인증 대상 축소로 약 2918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국표원은 33건 중 미해결된 22건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공조해 WTO TBT 정례회의 때 특정 무역 현안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또 지난 1월 출범한 TBT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TBT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최근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첨단산업 육성 도구로 복잡하고 정교화된 기술 규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해외 기술규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