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화학 산업 경쟁력이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은 15일 "앞으로 석유ㆍ화학업계는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에 따라 산업 경쟁력과 기업의 가치가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부회장은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개최한 '제3차 미래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두 이슈 모두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로 산업현장 활용을 위해서는 업계 노력과 더불어 법제도 정비, 정부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석유ㆍ화학 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과 탄소중립 대응력을 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석유ㆍ화학 산업은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부문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석유ㆍ화학 산업은 8개 업종 중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 5위를 기록했다. 탄소중립 부문에서는 6위에 그쳤다.
각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산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석유ㆍ화학 산업보다 순위가 낮은 산업은 철강이 대표적이었다.
석유ㆍ화학 산업에서는 촉매기술이 오랜 기간 핵심 경쟁력을 좌우했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 도입이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산업 특성상 짧은 시간에 탄소 절감을 달성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최용호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석유ㆍ화학 산업은 한 세기 넘게 촉매기술 개발이 품질, 수율, 생산성 등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였다"며 "촉매기술 이외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혁신의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 디지털 성숙도가 부진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상무는 "특히,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그간 범용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유통채널도 B2B 비중이 높았던 만큼 품질 개선과 고객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빅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이 적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기업별 상황에 따라 디지털 전환의 방향과 속도, 범위 등을 결정해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석유ㆍ화학 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는 △공급망 통합 관리 및 자동화 △현장 관리의 디지털화 △생산 최적화를 통한 수율 극대화 등의 과제를 주문했다.
탄소중립 대응의 핵심으로는 납사원료 대체가 꼽혔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석유ㆍ화학 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산업으로서 납사원료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납사원료를 대체하는 것이 탄소중립 대응의 핵심"이라며 "대체원료 개발을 위한 R&D에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최근 화학산업의 경우 친환경 화학제품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환경규제도 그에 맞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예로 들면서 "장안전보고서의 이행상태 평가 등급에 따라 안전밸브 검사주기를 정하는데, 안전밸브와 관련이 없는 이유로 등급이 하락해도 안전밸브에 대한 검사주기가 단축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 안전밸브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검사를 많이 할수록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작업시간 확보도 어려워져 검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문제까지 생긴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석유ㆍ화학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난도가 매우 높다"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기업과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석유ㆍ화학 산업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