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겐 도전 관객에겐 희열…뮤지컬 '포미니츠' 출발

입력 2021-04-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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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원작 영화 국내 창작 초연…예술감독으로 나선 양준모

▲극의 절정에서 4분간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제니 역의 김환희의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극의 절정에서 4분간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제니 역의 김환희의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게 도전이었어요. 피아노가 첫 번째로 그랬고, 캐릭터 성격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죠."

배우 김환희는 13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포미니츠' 프레스콜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역을 도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환희는 "상처가 많은 제니가 크뤼거를 만나면서 바뀌는 것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 마음을 먹었다"며 "공연하면서 제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동명의 독일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 루카우 교도소를 배경으로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국립정동극장이 제작한 창작 뮤지컬로 이번이 초연이다.

양준모 예술감독은 "영화에서 제가 감명받은 부분은 인물들의 스토리였고, 마지막 (엔딩 연주인) 4분이 강렬했다"며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편하지만,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로 보여줘야 했다. 노래가 드라마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인물들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8년의 긴 제작 기간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2007 독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준모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뮤지컬로 제작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통해 직접 독일 원작 저작권을 획득했다. 제니 역의 김환희와 김수하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무대 정중앙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인다. 피아노가 가장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피아노 공연을 소화해야 하는 제니, 뮈체, 한나 역의 배우들은 6개월 전부터 피아노 특훈을 받기도 했다.

김수하는 "피아노 천재인 '제니'를 만나서 몇 개월 전부터 레슨을 받고 연습을 많이 했다"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서보니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며 "첫 공연 이후에도 아직 실수를 많이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음악감독은 "연습하면서도 화를 내고 혼내기도 했다"며 "배우들이 울고 웃으며 열심히 준비한 귀한 작품"이라고 연습 과정을 설명했다.

▲김선영(왼쪽부터), 김환희, 김수하, 김선역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뮤지컬 '포미니츠' 프레스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정동극장)
▲김선영(왼쪽부터), 김환희, 김수하, 김선역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뮤지컬 '포미니츠' 프레스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정동극장)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는 과정에서 작곡가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다. 맹성연 작곡가는 "개인적으로 도전이었던 작품"이라며 "뮤지컬 작곡가로서 클래식 음악, 영화 음악을 함께 어우르는 데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크뤼거' 역에는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 김선경과 최근 뮤지컬 '호프'에서 열연한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나선다.

김선경은 "묘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옷을 입고 무대에 나오면 저도 모르게 할머니 걸음이 되는데, 피려고 해도 등이 굽혀진다"며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든 몸이 그에 맞게 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연하면서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며 "세상에 특별한 게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하게 잘하는 하나를 재능이라고 한다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데, 저는 그런 사명감으로 무대에 섰다"고 했다.

김선영은 "피아노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음악도 중요하지만, '포미니츠'는 사람의 이야기를 깊게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재능을 가진 제니의 마음 안에 있는 반짝거림을 꺼내주고 세상이 살만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게 크리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창작진, 스태프는 입을 모아 '포미니츠'를 탄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수현 국립정동극장 공연기획팀장은 "초연인 만큼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렸다"며 "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5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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