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서울예술단 '히든카드' 김용한…"이렇게 해도 될까 싶었다"

입력 2021-03-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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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영화로…고종 역할로 활약

▲배우 김용한이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출연해 새로운 고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예술단)
▲배우 김용한이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출연해 새로운 고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세 번의 죽임을 당한 사람, 명성황후·민비·민자영이라는 세 개의 이름으로 불린 여인 '명성황후'가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팩션 사극이다. 이 창작뮤지컬은 오롯이 콘텐츠의 힘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전국 56개 관에서 실황 영화로 상영하면서 국내 창작뮤지컬 공연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이 또 있다. 명성황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뮤지컬배우 차지연, 박혜나에 맞서 고종 역으로 무대에 선 배우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자칫 명성황후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모습이 지워질 수도 있는데, 지지 않은 기운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배우 김용한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김용한을 만났다. 그는 '잃어버린 얼굴 1895'가 극장에 걸리면서 얼떨결에(?) 영화 데뷔까지 이뤄냈다.

작품 속 고종은 입체감을 요구하는 캐릭터다. 현실에 흔들리고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기에 밀려 유약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명성황후에 대한 사랑도 숨기지 않는다. 로마 네로황제의 이미지도 겹쳐 보인다.

"왕위로 어깨가 무거워서 유약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곧 일을 벌이고 폭군이 될 거 같은 느낌을 표현하려 했어요. 잘못된 선택을 하면 목숨이 위험하고 두려우니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죽이는 거죠. 예민하고 냉철하고 예리해서 잔인할 수 있는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습니다. 외줄 타기 하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황후와의 사랑을 더 지키고 싶었을 테고요."

명성황후를 진심으로 좋아하려 했다는 게 김용한의 설명이다. 황후가 한 명인 사실에 집중했고,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으로 고종에 임하다 보니 자신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래도록 고종 역을 맡아 사랑받은 배우 박영수와는 전혀 다른 고종이 탄생했다.

"고종 역할은 예전부터 꿈꿔왔어요. 이지나 연출님이 저의 '어떤' 모습을 봐주신 거 같아요. 다만 오랜 기간 고종 역할을 한 박영수 형과 캐릭터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렇게까지 뒤집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조건 다르게 가려고 했어요."

신장이 188cm인 그는 더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마른 몸을 더 마르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 책 '지금, 천천히 고종을 읽는 이유' 등을 읽으면서 왕실을 이해하고 명성황후의 인생을 세밀하게 바라보기 위해 애썼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를 한 여자로서 섬세하게 바라보는 작품이에요. 어느 작품보다 명성황후란 인물에 집중하죠.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설정도 와 닿았어요. 다양한 해석은 우리의 감성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잖아요. 그게 무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대원환국'이다. 자신이 살아야 명성황후도 나라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을 내리는 장면이다.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던 아버지에게 대들어야 하는 장면은 고종을 맡은 배우로선 괴로웠지만,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부분이다.

"아쉬운 건 마지막 장면이에요. 왕후, 아버지와 걸어 나오는 장면인데요. 아버지는 상수, 아들은 하수, 왕후는 업스테이지로 갑니다. 각자의 길을 가기 때문에 관객에게 여러 가지 상상을 열어줄 수 있는 장면인데, 동선은 연출님께서 주신대로 했지만 배우로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어요. 그때 고종의 정서가 무엇인지 거듭 고민했지만, 완전히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화 '잃어버린 얼굴 1895' 포스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영화 '잃어버린 얼굴 1895' 포스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김용한은 2016년 서울예술단원으로 선발된 이후 지금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는 "그저 진실하게 할 뿐"이라고 했다.

"20대 때는 항상 꿈을 좇았어요. 큰 역할을 맡고 싶었죠. 이젠 그게 중요하지 않아요. 주연이 아니더라도 여러 작품에 녹아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게 좋아요. 자꾸 멀어지는 꿈을 뒤에서 보는 게 아니라 양옆도 보면서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해요."

2020년과 2021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냈다. 이뤄낸 것도 많다. 지난 1월 종영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매체에 '입봉'했고, 결혼도 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조병규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김용한은 "동물적인 성격이 있고 노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롤모델은 배우 유준상이다. 후배들에게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닮고 싶단다.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발성과 연기에 대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 안에 확신들이 생겼죠. 제 강점은 헷갈리고 어렵지만, 꾸준히 가는 힘이에요. 무대 위 에너지로 정답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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