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4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 및 개정의견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100개사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56%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44%였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는 '사업주ㆍ경영책임자 책임 범위를 넘어선 의무 규정'을 꼽은 응답이 29.0%로 가장 많았다. '의무가 모호해 현장에서 법 준수 어려움'이 24.7%로 뒤를 이었다.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조항 부재'와 '처벌 강화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꼽은 응답은 각각 19.8%, 17.9%로 조사됐다.
우선 개정해야 할 내용으로는 '명확한 안전보건의무 규정 마련'이 37.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부과'는 21.9%였다. '중대재해 기준 요건 완화'는 15.0%, '처벌 완화'는 9.4%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응답 기업 가운데 63%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봤다. 산재 감소 효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은 37%였다.
산재 감소 효과를 부정적으로 본 기업들 가운데 31.7%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로 인한 현장 혼란 가중'을 꼽은 응답은 27.3%,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강력한 처벌의 효과 부재'는 22.4%로 나타났다. '효과적인 산업안전시스템 부재'는 10.9%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는 기업은 52%로 조사됐다.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내용으로는 39.5%가 '사업주ㆍ경영책임자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를 꼽았다.
'도급ㆍ용역 등의 축소로 중소기업 수주 감소 및 경영 실적 악화'는 24.5%였다. 이어 '인력 운용 제약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 22.4%,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 및 외국인 국내투자 감소' 13.6% 순이었다.
법 개정 방안으로는 중대재해로 보는 사망기준을 '일정 기간 이내 반복 사망'(49.6%)이나 '사망자 2명 이상 발생'(15.4%)으로 한정하는 방식, '사망 외 중대재해(부상ㆍ질병) 기준 완화ㆍ삭제'(25.0%)하는 방식 등을 희망했다.
'안전보건 의무 조항 축소'와 '안전보건 확보 의무 법률로 규정'을 꼽는 응답은 각각 44.5%, 28.0%로 조사됐다. '안건보건 확보 의무의 포지티브 방식 도입'은 23.6%였다.
도급 등 외부 위탁의 경우 원청에 부과되는 의무와 관련해서는 35.2%가 '도급, 용역, 위탁 등으로 표현되는 계약관계 범위 축소'를 꼽았다. '하청 종사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에 한정'은 34.8%, '불법파견 우려가 있는 하청 종사자에 대한 작업행동 지시 제외'는 25.4%로 나타났다.
안전수칙을 위반한 종사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2%였고,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ㆍ경영책임자의 징역형 하한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60%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산재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처벌 강화로 예방하기 어렵다"며 "산업안전시스템을 정비해 예방에 주력하는 동시에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비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