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않았거나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절반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투자계획'을 조사했다. 조사에는 100개사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 58.0%는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 투자를 축소한다고 답했다.
항목별로 보면 '투자계획 미정' 28.0%, '투자계획 없음' 20.0%, '지난해보다 투자 감소' 10.0%였다.
반면, 지난해 수준의 투자를 하겠다는 응답은 21.0%,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1.0%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지난해에도 500대 기업 중 절반이 투자를 줄였다면서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체 투자금액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쏠림현상에 따라 증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총 투자액은 82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499개사의 같은 해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오히려 6.2% 줄었다.
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로는 '코로나 재확산 등 경제 불확실성'이 49.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주요 프로젝트 종료' 21.5%, '경영악화로 인한 투자 여력 부족' 15.2%로 나타났다. 기업 관련 규제 입법이나 투자 인센티브 축소 등 제도적 이유로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응답은 14.0%였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 중 47.6%는 '신규 사업 진출'을 이유로 꼽았다. '노후설비 개선'은 19.0%였다.
국내 투자환경 만족도는 100점 중 45.5점으로 조사됐다. 국내 투자환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28.0%,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11.0%였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ㆍ국회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47.0%가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금융 지원과 세제 지원은 각각 43.0%, 41.0%였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로는 '지자체 인허가 및 심의 규제' 23.6%, '환경 규제' 18.0%, '고용 및 노동 관련 규제' 18.0%, '영업활동 제한' 16.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해외 공장 등을 운영하는 곳은 69.0%였다. 이 가운데 해외투자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기업은 75.4%였다. 이는 국내 투자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응답(42.0%)보다 1.8배 높은 것이다.
해외 투자 이유로는 '현지시장 공략'이 67.1%로 가장 많았다.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라는 응답은 17.7%, 낮은 규제 부담을 꼽은 응답은 6.3%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수출, 산업생산 등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국내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실물경기 회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