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만나 일상 복귀 지원을 약속하는 등 피해 회복 노력에 힘쓰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언론사 기고문이 수개월째 그대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육감은 13일 "(해당 언론사에) 수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3일 한겨레 인터넷판에 실린 ‘늘 부끄러움 안겨주던 40년 친구 박원순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추모 기고문에서 “나는 오랜 벗이자, 40년을 같이해온 동지로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으로 모든 정념을 다해 내 친구를 애도한다”며 “부디 이 절절한 애도가 피해 호소인에 대한 비난이자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또 "고인은 과거 각종 인권 사건을 변론하면서 “늘 피해자의 편에 서고 그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런 그를 이해한다면 더 이상 피해 호소인의 신상 털기와 비난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 호소인' 명칭은 자체로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4ㆍ7 보궐선거 과정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앞장서 불렀던 고민정ㆍ진선미ㆍ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박영선 전 후보 선거캠프에서 사퇴했다. 박 전 후보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직접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 교육감이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많다. 특히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도 대다수"라며 "교육에 책임 있는 사람(조 교육감)이 피해자를 지칭하는데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호소인’이라는 부적절한 명칭으로 피해자를 지칭해서 격하시켰다.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도덕한 조처"라며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조 교육감이) 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상 없는 용어”라며 “(조 교육감은) 해당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위력 성폭력뿐만 아니라 기관 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사회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서 “(조 교육감이) 생존해 있는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학생・교직원 대상 2차 가해・피해 예방교육’과 ‘성인지 관점의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제2기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김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호하게 하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쓴 조 교육감에게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2차 가해·피해 예방교육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고문을 당장 수정하거나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미 지난 사안"이라면서도 "(기고문) 이후부터는 계속 피해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겨레 (오피니언 팀에) 기고 수정 요청을 여러번 했다”고 주장했다.
성현석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기고 수정 요청 날짜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한겨레 측에 해당 기고 수정 요청을 할 예정”이라며 "해당 기사는 박 전 시장 유고 직후에 나온 기고문이다. 사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글"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