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오세훈 시장님, 부동산 공약 지킬 수 있을까요?

입력 2021-04-13 07:00 수정 2021-04-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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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면 취임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느낀 시민들은 오 시장의 취임으로 뭔가 변화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2·4공급 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서는가 했지만, 오 시장의 당선을 전후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호가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시장'을 뽑는 선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과연 오 시장은 이런 민심을 등에 업고 다양하게 내놓은 부동산 공약들을 실현할 수 있을까. 문제는 오 시장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실현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중앙정부나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공약이 다수다. 서울시장 권한으로만 해낼 수 없는 공약이 다수 있어 공염불에 그칠까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을 살펴보면, 오 시장이 내건 한강변 35층 이하 규제 폐지는 가능할 전망이다. '35층 룰'은 서울시가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만들어진 규제로,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만든 규제인 만큼 조례 변경 없이도 어렵지 않게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밖의 공약들은 오 시장의 권한 밖인 경우가 많다. 당장 오 시장은 시장 취임 후 곧바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해내겠다고 외쳤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토부와 서울시 간 협의를 통해 공약들을 실현해 갈 수는 없을까.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 태릉골프장(CC) 부지 개발을 둘러싼 택지 개발 정책만 봐도 갈등이 예상된다. 변 장관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사업은 사전에 주민들,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태릉CC는 주민들, 지자체와 상당 부분 합의해 조만간 지구 지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면 태릉CC처럼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그린벨트는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태릉CC 개발만 하더라도 오 시장과 변 장관의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나 공시가격 재조사를 통한 동결 적용 역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모두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오 시장의 편이다. 하지만 여론은 상황에 따라 또 쉽게 바뀌기 마련이다. 그만큼 서둘러 뭔가를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 시장에게 남은 시간은 촉박하다. 1년 3개월의 임기 동안 그는 서울시민에게 내놓은 공약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까.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시민의 발언이 인상 깊다. "오세훈 시장님, 우리는 시장님의 공약을 믿고 뽑은 겁니다. 제발 우리 믿음을 저버리지 마세요. 실망시키면 내년 대선 민심은 또 돌아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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