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상한제·민간사업 활성' 등…대선 1년 앞두고 민심 진화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을 이끌 수장이 바뀌면서 정부와 여당의 주택 정책 방향도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시작부터 끝까지 ‘부동산 선거’로 불릴 정도로 집값 급등에 성난 민심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여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조기 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사실상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변화를 약속했다. 예상되는 주요 정책으로는 연내 공시가격 인상률 조정과 대출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이 유력하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2일 “부동산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행 무주택자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10%포인트 추가 허용 등 각종 혜택의 범위 및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책 발표에 앞서 “청와대와 부동산 정책에 이견이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대출 규제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만큼 사실상 정부 정책과 결을 달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출 규제 완화 시기는 이르면 6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가 이뤄지는 데 이 때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살피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고려해 LTV‧DTI 비율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전국 평균 19% 이상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산정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여권에선 이번 서울시장 후보 공약으로 '공시가격 인상률 10% 상한제' 도입을 들고 나왔다.
이후 이낙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 여부와 별개로) 공시가격 인상률을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공시가격 급등으로 서울 내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늘고 민심이 악화하자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과 별도로 상승률 제한을 약속한 것이다.
이 밖에 민주당은 서울 내 민간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규제 일변도인 현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은 확실시된다. 이미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중 핵심 축인 ‘공공 주도 정비사업’은 서울시장 선거 영향으로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여야 모두 민간사업 활성화를 공언하자 공공 정비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곳까지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는 여당과 달리 기존 주택 공급 정책 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흔들렸던 당정 간 ‘부동산 팀워크’가 계속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자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 여당이 주요 공약을 추진하더라도 청와대가 기존 부동산 정책을 고수하면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홍 의장은 전날 당정 간 부동산 정책 갈등론과 관련해 “부동산시장 안정은 정부와 여당의 공통된 입장이고 이를 일관되게 정책을 유지할 생각”이라며 진화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