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주목된다.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되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서다. 조 부회장이 약속대로 자진 사임하면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논란도 잦아들 전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정기 주총이 끝나고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취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총 이후 행보에 대해 조 부회장 측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예정이다. 거취에 대해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면 다시 말하겠다”라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조 부회장은 정기 주총을 앞두고 발송한 주주제안에서 자신의 대표이사직을 걸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조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제안하며 “이 교수를 모시며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사임하고자 한다.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도 끊어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경영권을 놓고 동생 조현범 사장과 다투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앞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지난해 6월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넘겨주며 경영권 인계 작업을 끝냈다. 하지만,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이 결정에 의문을 표하며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고, 조 부회장도 이에 동참했다. 다만, 양측은 경영권 분쟁과 성년후견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조 부회장은 주총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주주 서신을 통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조현범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일사불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라고 사임 의사를 재확인했다.
사퇴 배수진을 친 조 부회장은 사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과 표 대결을 펼쳐 승리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한 ‘3%룰’이 시행되며 22%에 달하는 소액주주 의견이 중요해졌는데, 조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진정성을 호소한 점이 소액주주의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주총이 끝난 뒤 조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자진 사임 형태가 아닌 절차에 따른 교체였다. 주주총회로 이사진이 개편된 뒤 이사회를 정비하는 과정의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조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 외에도 △부회장 △대표이사 △등기이사 직위를 갖고 있다. 등기이사 사임에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부회장과 대표이사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사임할 수 있다.
거취 표명이 늦어지자 일각에선 소액주주의 지지를 확인한 조 부회장이 직위를 유지하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조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떠한 직함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주주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지분 매각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차례나 주주와 언론에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이상 약속을 번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었는데, 이를 뒤집는 건 회사의 신뢰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이 약속대로 자리에서 물러나면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논란도 해소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스로 사임을 공언한 만큼,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