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들이 이른바 '차 멀미(Motion Sickness)' 해결을 위해 팔을 걷었다. 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멀미는 차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멀미는 몸이 흔들릴 때 어지럼과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신체 증상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 눈에 보이는 시야가 급격하게 변동해도 멀미를 한다.
차 멀미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움직일 때 주로 나타난다. 귀 안쪽 전정감각과 시각적 자극이 일치하지 않으면 심해지기도 한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시야는 같은데 몸이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다.
5인승 자동차를 기준으로 앞자리보다는 뒷자리에 탔을 때 멀미가 심해진다.
운전석 또는 동승석에 앉았을 때는 전방 도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곡선 도로가 눈앞에 보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몸이 미리 대비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전방상황을 살피기 어려운 뒷자리 승객은 멀미가 심해진다. 시야는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실내에 집중돼 있지만, 몸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탓이다.
출렁거림도 뒷자리가 더 심하다. 자동차는 엔진과 변속기 등이 앞쪽에 몰려있다. 특히 전륜구동 자동차라면 무게가 앞쪽에 많이 쏠려있다.
상대적으로 뒤쪽이 가벼운 만큼 노면의 굴곡에 뒷자리가 더 많이 출렁거린다. 차 트렁크에 쌀가마를 얹어놓으면 승차감이 묵직해지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후륜구동의 경우 이런 쌀가마가 없어도 뒷바퀴에 구동 부품이 맞물려 있다. 상대적으로 앞뒤 무게 배분이 50:50에 가깝다.
크기가 같다면 전륜구동 세단보다 후륜구동 세단의 뒷자리가 더 편한 것도 이런 구조 차이 때문이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자동차 형상도 달라진다.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미니밴 형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조향을 담당하는 운전대(스티어링 휠)가 애초에 달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가 되면 미니밴에 탄 승객은 서로 마주 보며 이동할 수 있다. 운전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차 안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이동할 때 차 창문을 통해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최근 자동차 유리가 화면으로 바뀌는 기술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차 멀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차에서 책을 펴고 집중해서 읽다 보면 멀미가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 스크린 또는 작은 모니터를 집중해서 바라보면 시각적 반응과 신체적 반응이 엇갈려 어지러움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완성차 제조사에게 멀미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된다.
신경 안정에 유리한 향기를 차 안에 풍기는 것만으로도 멀미 감을 줄일 수 있다. 불쾌한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선행연구팀은 아로마 향기를 통해 차 멀미를 줄일 방법을 연구 중이다.
차 안에 승객이 자동차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LED를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예컨대 실내 바닥 또는 천장에 긴 LED 램프를 장착하고 속도에 따라 램프 불빛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속도가 느릴 때는 LED 램프가 서서히 이동한다. 차 속도가 빨라지면 이 램프가 점등 속도도 소폭이지만 빨라지는 방식이다.
시각적 반응과 신체적 반응이 일치하면서 멀미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 밖에 시트 형상과 내부구조를 차별화해 멀미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