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DR5 D램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서버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기간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업체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교체 수요가 느는 동시에, 기존 제품보다 단가가 높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삼성전자는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KMG)'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대 용량의 512GB(기가바이트) DDR5 메모리 모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현재 DDR4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3200Mbps(메가비트)인데, 업계에선 향후 DDR5 D램 성능이 안정화되면 7000Mbps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1초에 30GB(기가바이트) 영화 2편을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DDR5 메모리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른 누설 전류를 막기 위해 유전율 상수(K)가 높은 물질을 적용한 HKMG 공정을 쓴 것이 특징이다.
올 초 진행된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기존 그래픽 D램에서만 쓰이던 HKMG 공정 응용처를 다양화해 제품 성능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는데, DDR5 D램 제품에 이 공정을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공정 대비 전력 소모를 약 13%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범용 D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8단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이 적용된 점도 특징이다. TSV는 차세대 후공정 기술 중 하나로, 메모리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복수의 칩을 적층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반도체의 고성능ㆍ저전력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DDR5 시장은 지난해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DDR5의 표준 규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개화했다.
여기에 대표적인 서버 고객사인 인텔과 AMD 등이 올해 하반기 DDR5를 지원하는 서버 CPU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 업계에선 올해를 DDR5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DDR5 D램 신제품을 내놓고, 고객사 인증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DDR5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전송 속도는 최대 5600Mbps, 칩 내부에 오류정정 회로(ECC)를 내장해 D램 셀 내 1비트의 미세한 오류까지 자체 바로잡을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파트너사들과 동작 검증, 호환성 검증 등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라, 파트너사들이 신규 서버 제품을 내놓는 시기에 맞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 제품 수요가 올해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내년엔 전체 D램 시장 점유율 10%, 2024년에는 43%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DDR5 시대가 개막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D램 제조사들엔 상당 부분 이익이다. 기본적인 교체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해주는 가운데, DDR4보다 훨씬 높은 단가로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DDR4의 경우 전 세대 제품인 DDR3보다 가격이 1.5배가량 비쌌다.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인텔 신규 플랫폼 출시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DDR5 전환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수요 증가, 가격 프리미엄, 공급 제약 등의 이슈로 인해 D램 업황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