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 속 고독사 통계 없어…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 혼자 살아
#지난해 서울 가양동 임대아파트에서 기초 생활 수급을 받으며 지내던 60대 남성 A 씨의 시신이 숨진 지 1주일여 만에 발견됐다. 우유를 넣던 배달원이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 있던 것을 이상히 여겨 신고했고, 평소 거동이 불편하고 당뇨와 고혈압을 앓던 A 씨는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60대 남성 B씨가 한 주택에서 발견됐다. 악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숨진 지 2주가량 지난 B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 씨는 20년 동안 가족과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쓸쓸한 죽음’인 고독사를 막기 위한 ‘고독사예방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에 나서고, 이를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 시행령 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둔 고독사예방법은 5년마다 고독사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고려해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시행령에는 실태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을 앞두고 주거·생활여건, 사회적 관계 등 고독사 위험요인 등을 포함한 정확한 실태조사, 통계 작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집계를 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있는 고독사까지 포함하지 못해 실제 고독사 발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소외·단절된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시행령 제정을 통해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촘촘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1인 가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고독사에 대한 위험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58만 9000여 명으로 2000년 54만 3000여 명에서 100만 명 이상이 증가했다.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의 19.6%에 달하고, 노인 5명 중 1명은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을 비롯해 조사대상자 실태조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에 기본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독사 예방 대책에는 현재 정부·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 어르신 안부 파악과 활동 지원, 돌봄 사업 등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책의 체계적인 마련과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실태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가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세대를 떠나 1인 가구가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고독사에 대해서는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사회적 부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