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0~40대 여성들이 육아ㆍ가사 부담 등으로 경력단절의 늪에 빠져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여성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0.0%, 57.8%였다고 18일 밝혔다.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 31위에 그쳤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15~64세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용률은 15~64세 인구 중 취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 그래프는 나이를 기준으로 M자형 곡선의 형태를 띠었다.
20대까지 증가하다가 30대 들어 많이 감소한 후 40대 후반에 회복했다가 50대 이후 다시 줄었다.
미국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일본 등 G5의 여성 고용률이 20~40대까지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50대 들어 감소하며 포물선(∩) 모양인 것과 다른 형태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25~29세에서 71.1%로 가장 높았다가 30~34세 64.6%, 35~39세 59.9%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G5 간 여성고용률 격차는 25~29세 5.9%포인트(p)에서 30~34세 11.0%p, 35~39세 16.6%p까지 벌어졌다.
한경연 관계자는 “2019년 한국의 30대 여성고용률이 25~29세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31만8000명의 고용손실을 막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은 G5 국가들보다 한국에서 취업하기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고용률은 57.0%로 G5 평균(72.2%)보다 15.2%p 낮았다.
이중 여성고용률이 가장 낮은 미국(70.0%)보다도 13.0%p 낮았다.
한국의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65.0%가 육아ㆍ가사 부담을 꼽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육아ㆍ가사 부담 때문에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방출되는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연은 한국과 G5 국가들의 여성 일자리 환경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은 △유연한 근로 환경 조성 △여성 경제활동 지원 등 두 가지 측면에서 G5보다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G5 국가들은 시간제 고용이 활발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확대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 환경을 조성했다.
2019년 기준 G5의 전체 근로자 대비 여성 시간제 고용 비중은 평균 14.9%로, 한국(8.9%)의 1.7배에 달했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ㆍ일본 17.2% △독일 17.0% △미국 13.3% △프랑스 9.9% 등 순이었다.
근로시간 조정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의 경우 3개월의 제한을 둔 일본을 뺀 나머지 G5 국가들은 기간 제한 없이 노사합의로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최대 3개월인 R&D(연구ㆍ개발)를 제외한 모든 직무에서 1개월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
여성 경제활동 지원 측면에서 보면 GDP 대비 모성보호 관련 공공지출 비율은 한국이 0.4%로 G5 평균(1.5%)의 3분의 1에 그쳤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2.5%로, G5 평균(17.0%)의 약 2배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G5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활성화 등의 지원과 함께 시간제 근로 활성화와 같은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