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규 물량을 기다리던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경기도와 인천 각지의 집값이 큰 폭으로 뛰는 모습이다.
16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66%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에서는 고양시 덕양구(1.87%)와 양주시(1.49%), 의정부시(1.40%), 오산시(1.33%), 수원시 권선구(1.06%) 등지가 1% 넘게 급등했다.
인천도 아파트값이 일주일 새 0.63%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서구(0.87%), 남동구(0.84%), 연수구(0.81%), 부평구(0.70%) 순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LH 땅 투기 사태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들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층이 경기도와 인천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아직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여겨지는 지역의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0.3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111.1과 113.9로 기준선을 훨씬 웃도는 높은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를,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다’를 의미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기 양주시 덕정동 ‘봉우마을주공5단지’ 전용면적 59.47㎡형은 최근 2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연초 2억4000만 원대에서 3000만 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 ‘서동탄역더샵파크시티’ 전용 74㎡형은 이달 7일 5억5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일 평형은 1월 4억9500만 원~5억 1000만 원에 매매 거래된 바 있다.
오산 양산동 ‘오산세마e편한세상’ 전용 84.8㎡형은 연초 3억8000만 원에서 이달 4억500만 원으로 실거래가격이 2000만 원 넘게 뛰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파장이 커지면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이 지체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청약 등을 노리고 대기하던 주택 수요자들이 경기와 인천 등지의 기존 중저가 주택 매입 쪽으로 많이 돌아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