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 문제 제기도
합의한 여야 간사 "모르는 일"
前중진의원들 "모르는 건 말이 안 돼"
“박근혜 정권 때도 이런 적은 없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공청회에서 진술 배제된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의 토로다.
제갈 교수는 서발법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으로, 애초 공청회 진술인으로 지명됐었다. 진술문까지 마련해 기재위에 제출했지만 공청회를 며칠 앞두고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청회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진술 배제 문제를 제기했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해 통화에서 “기재위원장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청회 이후에 제게 와서 유감을 표명하시긴 했지만 무슨 이유로 제갈 교수가 배제됐는지는 설명해주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제 이유를 모르는 건 당사자인 제갈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통화에서 “진술문까지 만들어 냈는데, 마땅한 이유도 없이 저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공청회는 찬성으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였다. 장 의원은 “제갈 교수를 배제하면서 진술인 4명 모두 민주당이 제안한 의료4법 적용제외 서발법 안에 찬성하는 이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선 10년 넘게 서발법을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의 송명제 대외협력이사조차 민주당이 제시한 의료법·건강보험법·약사법·건강증진법 등 의료4법을 적용 제외한 서발법안에 찬성 여지를 뒀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서발법 추진에 힘을 주고 있는 여야가 제출된 진술문을 보고 짬짜미로 반대의견을 배제한 모양새가 됐다.
이투데이가 단독입수한 제갈 교수의 진술문을 보면 “생활편의 시설, 사회복지 및 사회서비스, 문화, 교육, 철도 및 교통, 보건·의료 등 필수 공공서비스가 구분 없이 포괄돼 코로나19 이후 부각된 공공성 확대 필요성에 부합하지 못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2016년 서발법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출석한 이찬진 변호사와 유사한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진술문을 통해 “교육·의료·복지 등 공공서비스 분야는 비영리 공공서비스 분야로 영리적 산업진흥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국에도 이런 ‘통합적’ 입법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제갈 교수는 이 변호사가 대신 출석할 것을 부탁하면서 지명됐었다. 즉, 서발법을 정권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박근혜 정권 때 공청회에서도 배제하지 않았던 반대의견을 야당 시절 서발법을 강력 반대했던 민주당의 문재인 정권에서 밀어낸 것이다. 제갈 교수가 “주위 교수들에게 물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서발법을 강력 추진했던 박근혜 정권 때도 이렇게 반대 측을 배제하진 않았다”고 토로한 이유다.
여야 기재위 간사들은 이에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통화에서 “제갈 교수 배제에 아는 바도, 관여한 바도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 또한 “제갈 교수가 빠진 데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임위의 입법 공청회에 나서는 4인 진술인 섭외는 통상 여야 간사가 상임위원들의 추천과 의견을 취합해 최종결정한다는 점에서 “모른다”는 의아한 답변이다. 기재위에 속했던 경험이 있는 중진 의원들도 모두 입을 모아 “간사가 모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직 3선 의원은 “공청회 진술인은 기재위 여야 간사가 최종결정하기 때문에 섭외나 배제 과정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진술문까지 받아놓고 불참토록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고, 다른 전직 4선 의원도 “여야 간사가 진술인 섭외 협상을 전담하기에 관련해 모르는 게 있을 순 없다”며 “진술문이 제출됐는데 제외되는 건 들어본 적이 없고, 내용을 보고 배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