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사태가 아파트 용지 공급에까지 '불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 불똥이 공동주택(아파트)용지 공급시장으로 튀고 있다. LH가 매년 이맘 때면 열던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를 올해는 개최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LH의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가 계속 미뤄지고 공급 자체도 지연되면 건설사들의 아파트 땅 매입과 사업 전략 수립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LH는 올해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 개최를 잠정 보류키로 했다. 내부적으로 입지와 물량 등 공급계획은 이미 수립했지만,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택지 공급 설명회를 여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는 LH가 그 해 공급하는 공공택지의 입지와 공급 물량, 공급 시기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건설사들은 이 설명회를 통해 부지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내부적으로 '알짜'라고 판단하면 해당 땅 매입에 나선다. 추첨이나 입찰 등으로 운이 좋게 택지를 손에 넣으면 토지 사용 가능 시기를 감안해 수 년 뒤 사업계획 얼개를 짠다.
통상 택지지구는 수개월 혹은 수년 뒤부터 사용 가능한 땅이 많아 일단 부지를 확보하고 시장 흐름을 봐가면서 사업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설명회가 열렸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설명회에는 매년 수백명의 시행·건설사 관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몰렸다.
건설업계 관계자 "공동주택 용지 공급 설명회는 단순히 주요 입지나 공급량 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그 해 부지 매입 계획이나 토지 사용가능 시기에 맞춘 사업 전략도 세울 수 있어 주택업계에선 중요 지표로 통한다"고 말했다.
실제 LH가 내놓는 공공택지는 매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날개돋힌 듯 매각된다. LH가 토지 매입부터 보상, 부지 조성, 기반시설까지 모두 끝내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완성품의 형태로 공급하다보니 애초에 인기가 높았다. 특히 수 년 전부턴 수도권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독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중견건설사들은 공공택지 확보에 더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다 2018년 정부가 정비사업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이듬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해 민간 정비사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건설사와 개발업체들이 대거 공공택지로 달려들고 있다. 공급 총량이 갈수록 감소 추세인 것도 공공택지 몸값을 높인 요인이다.
지난해 LH가 추첨 및 입찰로 판 공공택지는 모두 51개 필지다. 경쟁률을 보면 상위 7개 용지가 3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팔려나갔다. 최고 경쟁률은 경기도 파주 운정3 A49·A21 블록으로 모두 3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청약시장 광풍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택지 확보전(戰)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사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 여파로 설명회는 물론 택지 공급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공급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 시기마저 지연되면 주택사업 전략을 짜는 데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일단 이번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와 택지 공급 상황 등을 모두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