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발 중인 AR 글래스 유출 영상도 공개돼
한동안 AR·VR 사업 정체…철수설도 나와
최근 '메타버스' 산업 대두하며 시장 재진입 가닥
삼성전자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관련 제품 상용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과 현실을 접목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으며 이를 구현할 VR, AR 기기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진 양상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VR을 활용해 만든 시각장애인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Relumino) 글래스’에 대한 의료기기 등록을 신청하고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해당 제품에 대한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 평가 적합등록을 마치면서 전자기기 관련 허가를 취득한 데 이어, 의료기기 활용을 위한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VR 및 AR 기반 의료기기 시장이 아직 개화단계인 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들을 별도 품목으로 지정해 의료기기 허가를 내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VR·AR 의료기기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사업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허가를 취득하는 단계”라며 “상용화 여부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꼭 상용화가 되지 않더라도 혁신 기술을 앞서 개발하고 응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릴루미노는 사내벤처 ‘C랩 인사이드’를 통해 선정된 시각장애인 시야 보조 프로젝트다. ‘릴루미노’라는 이름은 ‘빛을 다시 돌려주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가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스마트폰에선 이미지 확대·축소, 윤곽선 강조, 색상 대비·밝기 조정, 색상 반전 등을 거쳐 안경으로 전송한다. 전맹을 제외한 1급에서 6급의 시각장애인들이 기존의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던 사물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릴루미노는 2017년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제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듬해 국제가전박람회(CES) 2018에선 시제품이 전시됐다. 지난해 7월 수원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이 ‘C랩 갤러리’를 찾아 해당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기어 VR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 의지를 보였지만, 시장 규모나 성장 속도가 정체되며 한동안 관련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비대면 소통이라는 토양 위에서 '메타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네이버Z의 아바타 기반 SNS인 '제페토'가 전 세계 이용자 2억 명을 넘겼다.
메타버스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고급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VRㆍAR 글래스 제품이 필수적이다. 글래스를 제작하는 기업으로서도, 증강현실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콘텐츠 부족'이 해결됐다는 면에서 VRㆍAR 사업에 다시 관심을 두기 충분한 시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릴루미노 외에도 차세대 AR 글래스인 '삼성 글래스 라이트(Samsung Glasses Lite)'를 개발하며 VR·AR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제품은 지난달 유출 영상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영상엔 선글라스 모양의 AR 글래스를 통해 영화와 게임 등을 즐기고, 재택으로 업무를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애플 역시 VRㆍAR 기기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맥루머스 등 주요 외신은 애플에 정통한 밍치 궈 애널리스트의 자료를 인용, 애플이 카메라 6개와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VR 헤드셋 제품을 내년에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AR 글래스 제품은 2025년 개발 완료되고, 2030년부턴 콘택트 렌즈 형식의 AR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