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살인 혐의로 이모 부부 기소…친모 상대로 방임 혐의 수사
지난달 8일 10살 조카를 때리고 손발을 묶은 뒤 욕조 물에 집어넣어 ‘물고문’ 끝에 숨지게 했던 이모가 무속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모는 조카가 귀신에 들렸다고 생각해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5일 살인·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숨진 A(10) 양의 이모 B(34·무속인) 씨와 이모부 C(33·국악인)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7일 밝혔다.
B 씨 부부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자신들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A 양의 손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30분 이상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물고문에 앞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3시간가량 마구 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1월 20일에는 A 양에게 자신들이 키우던 개의 똥을 강제로 핥게 했다. 이들은 A 양에게 끔찍하고 엽기적인 학대를 가하면서 이 과정을 여러 차례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고 수사기관은 증거로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조카가 숨지기 전까지 도합 14차례에 걸쳐 학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초 B 씨 부부의 범행 동기는 “조카가 말을 듣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라고 알려졌지만, 검찰은 무속인인 B 씨가 A 양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믿고 이를 쫓고자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B씨 부부가 찍은 동영상에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담겨 있다”며 "A 양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이 집에 살았는데 학대가 한 달 이상 지난 뒤에야 시작된 것은 그 시점부터 B 씨가 A 양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 양의 사인은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나타났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 등 선행 원인에 이어 발생하는 조직의 산소 부족 상태가 호흡곤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A 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도 이와 같은 1차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국과수의 최종 결과에서는 익사가 추가됐는데, A 양의 기관지에서 물과 수포가 발견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양의 시신에서는 전신에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발견됐고 왼쪽 갈비뼈는 골절됐고, 식도에서는 탈구된 치아도 나왔다”며 “치아는 물고문 도중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잔혹한 행위가 이뤄진 것을 뜻해 B 씨 부부의 A 양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판단, 살인죄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딸이 이모 부부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A 양의 친모 C 씨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C 씨가 언니인 B 씨로부터 A 양이 귀신에 들린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귀신을 쫓는 데 쓰라며 복숭아 나뭇가지를 전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나뭇가지가 A 양을 폭행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C 씨가 B씨 부부에 의한 딸의 폭행과 학대를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친모 C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A 양의 유족에 대해 심리치료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