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을 받아들이고, 대화에 나서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ITC는 미국의 정부 기관이다.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 있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있다"며 "(이런 기관이) 깊은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하는 게 경쟁사 입장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ITC는 양사가 벌이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조기 패소 예비심결을 인용한 최종판결의 최종 의견서를 공개했다. 의견서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이 결정에 대해 '모호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컨콜에서 이를 재차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는 ITC 결정이 미국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영업 비밀을 빼가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야말로 공정경쟁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공익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결정문을 보면 미국의 일자리와 배터리 공급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난다"며 "기술 탈취가 악의적이라 제재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의 배터리 제조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에는 "배터리 셀을 만드는 공정은 배터리 업체별로 큰 차이는 없다"며 "SK에서 (주장하듯) 제조방식이 다르다는 게 셀을 말거나 쌓는 형태의 일부 공정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비토)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숫자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판결 내용을 보면 미국의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판단들이 구제조치 안에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합의의 문도 열려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가 협상 테이블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하게 협상할 생각"이라며 "최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례를 보면 합의금 지급 방식은 일시금 현금, 지분, 매년 일정 매출액 퍼센트 나눠 받는 로열티 등이 있었다. 모두 섞어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톡스 시장 규모는 현재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의 10분이 1이 안 되는데 합의금은 총액 4000억 원 정도"라며 "(이런 점들을 토대로) 어느 정도의 수준이 적정한 배상액이고 합의가 안 되면 규모가 얼마까지 늘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리는 어찌 보면 제품의 포트폴리오나 고객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SK나 기타 회사들과도 차별적"이라며 "선수주 후투자 전략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 확장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용 파우치배터리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셀부터 팩까지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고객 포트폴리오도 미국에 있는 주요 OEM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이 있는 글로벌 OEM의 물량, 스타트업이나 ESS 고객들까지 수주가 상당 부분 돼 있고 추가수주도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컨콜에는 한웅재 법무실장 전무, 장승세 경영전략총괄 전무, 성환두 대외협력총괄 전무, 이한선 특허담당 상무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