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즐겨 탔던 애마 '롤스로이스'가 중고차로 수출됐다. 상속기한(4월 말)이 약 2개월 남은 가운데 홍라희 여사를 포함한 유족이 고인의 주변을 정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애마였던 2009년식 ‘롤스로이스’가 1월 말 '중고차 해외 이전판매' 방식을 통해 수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1월 말 고인의 생전 주소지였던 서울 용산구청을 통해 ‘등록 말소’가 접수됐고, 2장의 번호판도 모두 반납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말소에는 폐차나 압류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하는 데 고인의 차는 ‘수출 말소’로 처리됐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이 전 회장은 생전 다양한 슈퍼카를 포함해 희소가치가 뚜렷한 고급차들을 소유해 왔다. 이 가운데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는 럭셔리 모델의 양대 산맥을 상징하는 초호화 고급차다. 생전 이 전 회장은 두 모델 모두 개인 명의로 소유했었다.
두 모델은 각각 2009년 3월과 6월식이다. 2010년 이 전 회장의 재계 복귀 때와 선영 참배, 경영구상을 위한 공항 출국길 등에도 이 전 회장과 함께였다. 두 모델 모두 출고 10년을 훌쩍 넘었지만, 롤스로이스의 주행거리는 갓 1만㎞를 넘겼고, 마이바흐는 3만㎞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소유주가 사망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상속 또는 상속폐차, 상속이전 등을 유족이 결정해야 한다.
수출로 말소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한 유족의 결정으로 관측된다. 자칫 중고차 시장에서 “이 건희 회장이 타던 차”라는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 명의로 등록됐던 고인의 자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롤스로이스 팬텀 EWB는 수출길에 올랐으나 희소성이 좀 더 뚜렷한 마이바흐는 유족에게 상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회장의 마이바흐는 전 세계에서 300여대 만 존재하는 한정판 ‘랜덜렛’이다. 운전석이 아닌, 뒷자리 VIP만을 위해 지붕 뒷부분만 자동으로 열리는(소프트톱) 희귀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