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의 숨은 주역 액셀러레이터 ③] 기술벤처·대기업 협력으로 미래를 바꾸는 ‘퓨처플레이’

입력 2021-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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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수 세계 6위, 벤처투자 4.3조 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제2의 벤처붐 시대’가 열렸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한 데는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컸다. 창업기업을 직접 선발하고 보육, 투자해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 5년차를 맞았다. 2017년 53개사로 시작해 2020년 3분기 기준 290개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 1703개의 창업 초기 기업에 2253억 원을 투자해 영양을 공급했다. 제2의 카카오를 꿈꾸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 액셀러레이터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모터보트는 만들 수 있어도 파도는 만들 수 없다. 거시적인 시장은 우리가 만들 수 없으므로 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는 보트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2013년 출범한 퓨처플레이는 현재까지 141개사 스타트업에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했다.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2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하며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VR, 블록체인 등 미래 사회와 산업을 혁신할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펀드 규모도 차츰 늘려갈 예정이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파트너는 “액셀러레이터나 VC, 인큐베이터 등 한 단어로 설명되고 싶지 않은데 모든 것들은 우리의 역할 중 하나에 불과하다”라며 “미래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을 예측해서 관심을 두고 투자하고, 미래를 당겨오는 게 전반적인 방향이며 우리의 삶을 혁신할 기술 중심 회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만도, 농심 등 산업 분야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인 ‘테크업 플러스’ 프로그램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대기업과 해당 분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LG전자와 퓨처플레이가 합작한 사외벤처 ‘EDWO’가 분사하는 성과도 얻었다.

권 파트너는 “기업으로서는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지만 스타트업만큼 유연하게 사업을 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서 진보적으로 발현된 프로젝트로,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팅 하는 것 이외에 우리가 생각하는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직접 조직해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성공의 조건으로는 ‘팀’과 ‘그릿(grit)’을 꼽았다. 기술력이 뛰어난 팀이라도 창업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일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빠지는 ‘우리가 가진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패러독스(paradox)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고객과 직원, 투자자들이 제품이나 회사를 싫어한다고 해도 이를 버티고 나가는 힘을 ‘그릿’이라고 하는데 매우 힘든 과정”이라며 “사업은 처음 생각했던 방향대로 가는 경우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고 대부분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인정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찾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우상향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권 파트너는 “한국은 신용사회로 대표되고 국민의 수준도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지만 이와 비교하면 법 제도는 60~70%에 머물러있다”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과감성을 용인해줄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마련해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발상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맥락으로 액셀러레이터도 법제화되면서 역설적으로 벤처펀드를 만드는 것 외에 못하게 된 것들이 많다”라며 “우리의 본업은 좋은 스타트업을 찾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제2의 삼성, 우버, 페이스북을 배출하는 게 목표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이어 “자격을 부여하되 본인들이 회사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게 신뢰사회의 기반이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퓨처플레이 피투자사 엔젤리그 오현석 대표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

증시호황으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엔젤리그는 투자 조합을 구성, 적은 투자금으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현석 엔젤리그 대표는 “비상장 주식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턴, 하이리스크’ 시장으로 개인은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여러 명이 모여 구매하면 금액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엔젤리그 플랫폼에서는 리드 투자자가 투자를 주도하는 투자 조합 형태로 비상장 주식을 공동 구매할 수 있다. 조합 생성, 조합원 모집, 주식 매매 계약 체결까지 모든 과정이 플랫폼에서 가능하다. 종목은 프리IPO(기업공개 직전) 단계로 구성해 최소한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현재까지 크래프톤, 무신사, 마켓컬리 등 굵직한 비상장사들에 대한 클럽딜을 진행했다.

오 대표는 “매수자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고 스톡옵션을 보유한 매도자는 자유롭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스톡옵션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도 거래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해 매도하기 어려웠다.

그는 “스톡옵션을 받고 파는 자연스러운 순환구조가 이뤄져야 스타트업에 좋은 인재들도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엔젤리그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제휴를 맺고 조합원들에게 블록체인 기반 카드를 조합 가입 확인서로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자 내역의 신뢰성을 높이고, 열람이 어려웠던 비상장 주식 보유 내역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블록체인은 신뢰를 100%로 만들어준다”라며 “비상장, 스타트업 시장은 이러한 영역이 후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주식과 금융 산업에 본격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 대표는 “토스증권과 카카오뱅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금융사들이 전통 금융사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전통 금융사들이 체질을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우리는 우리만이 줄 수 있는 UX, 경험 등 강점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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