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시 확보되는 연구 인력 4000명
소프트웨어 중요성 갈수록 높아져
현대오토에버가 기술 고도화 책임
현대자동차그룹의 통합 ‘모빌리티 소프트웨어사(社)’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합 법인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역량에 핵심적인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의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3사는 25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3사는 이미 15일부터 주주를 대상으로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번 합병은 현대차그룹 내에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해 더 효율적인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만드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현대오토에버는 IT 통합 서비스, 현대엠엔소프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율주행용 정밀지도 구축,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각각 담당했다. 인력과 기술도 각자 유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개발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역량의 분산과 역할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체계와 주체를 일원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과 인력도 통합 활용할 수 있어서다. 3사의 합병으로 확보되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인력만 해도 약 4000명에 달한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MECA(모빌리티ㆍ전동화ㆍ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변화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신설하는 등 관련 인력과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차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애플카'도 독자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운 사례다.
합병 법인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미래차를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를 책임지고 수행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모빌리티로 제시한 사업 영역에 최적화한 소프트웨어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3사가 담당하던 분야가 크게 중복되지는 않기 때문에 합병 시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자동차에서 그치지 않고, UAM 등 그룹이 추구하는 차세대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갖출 것"이라 설명했다.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비용을 줄이고 대규모 수주를 기대할 수 있어 연간 최소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통합 개발과 운영으로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개발 비용도 절감될 전망"이라며 "특히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모빌리티 데이터의 통합운영 등 모빌리티 분야의 경쟁력이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의 연 매출액은 최소 2조 원 초반대, 영업이익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한다"라며 "향후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통합 수주할 가능성이 크고, 그룹의 커넥티드카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합병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부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이 합병 조건에 불만을 표해서다.
애초에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의 합병 비율은 1대 0.96대 0.12로 제시됐는데 소액주주들은 현대엠엔소프트의 가치가 낮게 제시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세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합병 비율은 1대 1.002대 0.131로 최종 확정됐다.
합병 시 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사 측은 통합된 역량을 확보하면 경쟁력을 높여 다양한 외부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기존 사업 영역이 아닌 시장에 진입할 수는 없다.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모빌리티와 관련한 더 많은 외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