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여당이 ‘2·4 공급 대책’ 관련 후속 입법 작업 '속도전'에 나섰다. 당정은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이전까지 공급 대책 후속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사업지 위치는 밝히지 않은 채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구역 내 주택 매입자에게는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고 대신 현금청산(감정평가 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시장에선 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물론 여당까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설 연휴에도 방송서 "정당한 조치"
與, 대책 발표 이후 입법 가속 페달
당정은 2·4 대책 발표 직후부터 후속법안 통과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재산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공공 정비사업은 주민이 먼저 정부에 사업을 제안한 뒤 예비지구로 지정하고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사업이므로 소유자에게 현금 보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 입주권 미부여 문제에 대해선 “정비사업 발표 후 새로운 소유자에게 입주권을 주는 것은 그만큼 개발이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시혜적인 것이고, 결국 공공의 선택 문제”라며 “현금보상안을 입법한 뒤 발표한 사업에 적용하는 것도 '부진정 소급입법'(이미 과거에 시작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고 진행 중인 법률관계 및 사실관계에 효력을 미칠 목적으로 진행하는 입법)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국토부와 2·4 대책 비공개 실무 협의회를 열고 입주권 미부여와 현금청산이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 직후 조응천 국회 국토위원회 민주당 의원은 “(위헌 논란에 대해) 국토부가 사전 자문을 받았고 현금청산을 적정히 하면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며 “분양권을 주는 것은 추가적인 혜택이고, 이를 주지 않는다고 위헌이나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완료 후 공급 계획이 실행돼야 국민이 정부의 의지를 느낄 것이므로 (입법은) 빠를수록 좋다”며 “국토부에서 3월 입법 후 시행을 원하고 있는데 야당과 협의해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대책 발표 후 입법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2·4 대책 발표 후 나흘만인 지난 8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특별법을 발의했다. 토지분리형 주택은 '공공자가주택' 방식 중 하나다. 정부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최대 30%를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토지분리형 주택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유사한 개념으로 변 장관이 학자 시절부터 강조한 공공자가주택 공급 방식 중 하나다. 토지분리형 주택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토지를 소유한 채 주택 소유권만 분양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분양자는 월세 개념의 토지 임대료를 LH에 낸다. 공공자가주택은 정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에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충분한 숙의 거쳐 정책 마련해야"
하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현금청산과 입주권 미부여 조항은 발의 단계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공공이 모든 공급권과 거래감시권을 독점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민간의 주택 공급과 주택 거래를 옥죄는 규제를 즉각 개선·완화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2·4 대책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데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청산 문제는 입법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역시 “정부와 여당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련 법안 공청회 등을 진행해 충분한 숙의를 거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