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롱텀에볼루션(LTE) 속도가 2019년 대비 느려졌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LTE 속도 저하 관련 민원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LTE 속도가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3사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153.10Mbps(2019년 158.53Mbps 대비 5.43Mbps↓) △업로드 속도는 평균 39.31Mbps(2019년 42.83Mbps 대비 3.52Mbps↓)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시 규모별(다운로드 기준)로는 △대도시 186.10Mbps(2019년 183.58Mbps) △중소도시 154.01Mbps(2019년 160.96Mbps) △농어촌 118.29Mbps(2019년 128.52Mbps) 순으로 나타나 농어촌 지역의 속도 저하가 우려됐다.
통신사별 LTE 속도에서 가장 큰 감소를 나타낸 곳은 KT였다. 전국 평균 기준 LTE 다운로드 속도는 △SKT 207.74Mbps(2019년 211.37Mbps) △ KT 142.09(2019년 153.59 Mbps) △LG유플러스 109.47Mbps(2019년 110.62Mbps)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는 그간 “LTE 속도가 느려진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심증이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과기정통부는 LTE 속도 저하 배경으로 LTE와 5G를 혼용한 비단독모드(NSA) 방식을 꼽았다. 3.5㎓ 대역에서 5G 망과 LTE망을 연동해 쓰는 SA 방식이 LTE 속도에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 같은 속도 저하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 정도 속도 저하를 소비자가 체감한다면 반대로 SKT와 LG유플러스 간 속도 차이는 엄청난 수준인데 실상 그렇지는 않지 않냐”고 반문했다.
품질 평가 발표 당시 브리핑에서 LTE 속도 저하 민원이 늘었냐는 질문에 과기정통부는 “확인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 뒤 통신정책기획과는 전체 과기정통부 민원 중 LTE 관련 민원을 샘플 조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00건에 가까운 샘플 조사 결과 지난해 유독 2019년, 2018년 대비 LTE 품질 관련 민원이 늘진 않았다”고 밝혔다. 대부분 LTE 관련 민원은 “이사를 했더니 이 아파트에서는 안 터진다”와 같은 내용이었으며, ‘LTE 속도 저하’에 들어맞는 민원이 증가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해명처럼 LTE 속도 저하를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LTE 속도가 전년보다 낮게 조사된 만큼 LTE 관련 민원을 계속 들여다볼 예정이며, 향후 정책 방향을 짜는데도 이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LTE 가입 회선은 지난해 12월 기준 5250만이다. 지난해 월별로 따졌을 때 통신 3사의 LTE 회선 수는 지속 감소했으나 알뜰폰(MVNO) 회선 수는 거꾸로 매월 순증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애플의 아이폰12 등 5G 전용 스마트폰이 지난해 출시됐는데도 알뜰폰 LTE 회선이 약진한 데는 자급제 구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5G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사서 요금제는 저렴한 LTE로 쓰고 싶어 하는 수요를 알뜰폰이 흡수한 것이다. 자급제로 휴대폰을 사면 5G 전용 스마트폰도 LTE 요금제로 쓸 수 있다.
LTE 속도 저하 민원이 늘지 않은 점도 알뜰폰의 약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LTE 요금제를 쓰려는 수요는 5G 요금제가 대부분 고가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동시에 아직도 ‘LTE 우선모드’를 써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5G 요금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즉 LTE 품질 저하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사면서도 기꺼이 LTE 요금제를 선택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