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피의자만 필요한 게 아니다. 피해자도 변호인 없이 조사를 받을 경우 억울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9일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 입은 사실이 어떤 법률에 해당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경찰도 법률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 일수록 그에 따른 사실관계가 어떤 처벌 조항에 해당되는지 법률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으려면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라면 변호인의 참여가 더 중요해진다. 성범죄는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변호사는 "피해자가 경찰관 질문을 오해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으면 피해자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며 "성폭력 사건처럼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경우 변호사 조력을 제때 못 받으면 피해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그는 "변호사 선임 내역 등을 입력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피해자를 조사할 때도 조사 기일이 변호인에게 통지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조사 기일을 통지 받아야 일정을 맞춰 피해자와 동석할 수 있는데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최근에도 많다"고 꼬집었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변호인 참여권은) 인권 보호의 측면으로 피해자의 신분 노출이나 경찰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 등에서 또 다른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