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재정 감당 범위" 강조
당정이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공개 협의를 돌연 취소한 가운데, 관련 논의가 사실상 설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간 샅바 싸움이 펼쳐진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숨 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8일 오전 11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논의하는 비공개 당정협의를 갖기로 했으나 한 시간 전 돌연 취소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도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방 일정을 이유로 취소됐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방역 당국에서 코로나가 진정됐다고 판단하면, 두 가지를 동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주 기초적 당정협의를 시작하고,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 방역수칙으로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게 좀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방침”이라면서도 “국민 위로와 경기 활성화 차원의 지원금도 필요한 만큼 넓게 지원한다는 방침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또 일각에서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당정 간 이견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한다. 당은 보편과 선별 지급을 병행하고 방역 상황에 맞춰 지급하자는 데 반해 기재부는 선별 지급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보편선별 지급 병행을 언급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홍 부총리가 정면 비판하면서 불붙었다. 이에 설 연휴가 끝난 후 청와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보회의에서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이 주장한 ‘과감한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재정의 감당 범위’, ‘현실적 여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선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이르면 이달 내 추경안을 제출받아 3월 임시국회에 통과시키는 방안이 대두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 늦지 않게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빠르면 다음 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과도한 재정 확장에 지양해야 한다는 홍 부총리는 전 국민 보편지급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를 겨냥해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44% 수준으로 241.6%인 일본과 128%인 미국, 73%가 넘는 독일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업을 포기한 뒤에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우리 경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훨씬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