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부른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신한은행 수장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 수위를 사전 통보했다. 우리은행에는 신한은행에는 없는 '부당권유 위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소비자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제재심에서 감경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부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전 제재 통지문을 보냈다.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 상당을,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각각 통보했다.
직무 정지나 문책 경고 모두 3~4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지만 손 회장에게 진 행장보다 수위가 한 단계 높은 제재가 통보됐다. 불완전 판매 행위자의 징계 수위를 보면 우리은행은 면직을, 신한은행은 직무 정지를 각각 통보받았다.
이에 근거해 감독자인 손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 수위도 정해졌다. 감독자에 대한 징계는 행위자보다 한 단계 아래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는 신한은행과는 달리 부당권유 위반이 제재를 양정할 때 추가로 고려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제49조에서 부당 권유를 금하고 있다. 거짓의 내용을 알리는 행위,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투자자가 거부했는데 투자 권유를 계속하는 행위 등이 금지 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투자 제안서에서 우량 등급의 사채만 편입하기로 했는데 등급이 없는 사채를 편입한 점이 문제"라며 "부당권유는 형사처벌까지 들어가서 더 무겁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상품 판매를 이어갔는지는 제재심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사전 인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은 오는 2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받아 제재를 감경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을 100% 돌려주라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것 등을 평가할 만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또한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우선 배상한 뒤 추가 회수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에 동의해 배상 절차에 적극 나서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 내부 조직 규정을 개정해 중대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금융사 제재 시 이를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한 바 있다. 작년 5월에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 양정 시 참작 사유로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