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보다 집값 더 올라…“저금리 기조 안바꿔 영향 제한적”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금융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강력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은행들이 신용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 금리가 계속 오르면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주택 매수자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59%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P) 올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019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줄곧 2.4%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1월 2.56%로 0.1%P가량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올랐다.
올해도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이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하면서 시중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신용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3.5%로 지난해 10월 2.64%보다 1%P가량 올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0.12%P 오르는 데 그쳤다.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앞서 시중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매수를 위해 은행 대출을 많이 받은 영끌 매수자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고 전셋값이 급등하자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영끌 주택 매수에 대거 뛰어들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030세대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 평균 가계대출 증가율 7%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률보다 아파트값이 더 많이 올라 영끌 매수 현상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1일 발표한 ‘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4% 올랐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12%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또 아파트 매수심리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7.2로 전주(115.3)보다 1.9P 올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더 많음을,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저금리 상황을 바꿀 정도의 금리 변동은 아니고 아직 시장 유동성도 풍부하다”며 “오히려 금리 인상보다 은행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상황이 주택 매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