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5~6년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뛰어든 시장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계륵으로 전락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사상 초유의 공실을 우려하는 상황이고 중소 면세점들은 앞다퉈 사업권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쇄국정책이 한층 강도를 더해가면서 면세사업은 끝모를 추락에 중심에 서게 됐다. 국내 면세점들도 매년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사업권만 확보하면 성공한다던 공식이 순식간에 깨졌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사업 매출은 15조 5052억원으로, 2017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2018년과 2019년 평균 31%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최근 5년간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던 국내 면세점업계가 전년대비 37.6%의 매출 하락세를 기록했다.
면세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이론의 여지 없이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각 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정책을 펴면서 국가간 이동이 용이치 않았고 관광사업이 거의 휴ㆍ폐업 수준에 이른 점이 면세사업의 위축을 불러왔다.
2016년 이후 면세사업 매출은 매년 두자리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 이후 2017년을 제외한 2019년까지 매년 30% 이상의 고공 성장을 이어온 업종이 면세사업이다.
지난해 면세점 이용객이 확 줄면서 면세사업 매출이 크게 둔화됐음에도 1인당 매출(객단가)은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9월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처음으로 2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 한번에 사가는 액수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출입국 절차 강화와 함께 2주 격리가 의무화되면서 보따리상들이 ‘한꺼번에 많이' 사가는 구매패턴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면세점 방문객은 1066만 9000명으로 전년의 22%에 머물렀다. 지난해 내국인 이용객 수는 738만1259명, 외국인 이용객 수는 328만8417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0%, 83.6%씩 줄었다.
주요 면세점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국내 면세업계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던 인천공항면세점마저 공실 위기에 처했다.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1~11월) 5.1% 적자를 기록했으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면세업계에서는 면세 사업은 할수록 적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도 사업자를 찾지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달말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운영이 종료되지만 현재까지 새로운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공항측은 이들에게 연장 영업을 요청한 상태다. 이미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8월 계약기간이 종료됐지만 6개월 연장을 통해 올 2월까지 롯데와 신라가 연장운영을 해왔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은 물론 서울 시내면세점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사업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운영할수록 적자인 것이 현재의 면세점”이라며 “최근에는 면세사업자 입찰에서 떨어진 기업들이 오히려 안도하고 사업권을 따낸 기업들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등 몇년 새 면세사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의 경우 브랜드 홍보효과가 높지만 홍보를 위한 적자를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느냐가 기업들의 입찰 여부를 가르겠지만 인천공항측이 과거처럼 높은 수수료를 양보하지 않는다면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공항 면세점의 공실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는 지난해 면세사업 위축에도 불구, 여전히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향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되고 하늘길이 회복됐을 때 보복소비 심리까지 가세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