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콘텐츠 전문 기업을 신설한다. 지난해 밝힌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 본격 전환하는 모습이다.
KT는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 기획, 제작, 유통을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다고 28일 밝혔다. 신설 법인은 지니뮤직, 스토리위즈, KT 올레, KT 스카이라이프, KT 시즌 등 기존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회사 9곳을 총괄한다. 미디어콘텐츠 자회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에 더해 △콘텐츠 펀드 조성 및 운영 △외부협력 및 제휴 △외부 투자 유치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를 낸다. KT의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로 발굴한 원천 지적재산권(IP)를 중심으로 국내 유수의 제작사들과 협업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를 연 10~20개 공개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는 KT그룹 내 콘텐츠 전문가인 윤용필 사장이 내정됐다. 방송 프로그램 공급사인 스카이티브이(skyTV) 대표이기도 한 그는 KT 스튜디오지니 대표를 겸직할 예정이다. KT는 윤 사장 외에 향후 외부에서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해 공동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이미 1200만 명이 넘는 미디어 플랫폼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가입자는 1259만 명으로 구체적으로 인터넷TV(IPTV)인 올레tv 873만,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257만 등이다. 지난해 7월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 사업자 현대HCN을 인수하며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더 공고히 했다.
KT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사업으로 키우는 한편 수익이 나지 않는 통신 자회사는 정리에 나섰다. KT 그룹의 1호 자회사인 KT파워텔이 첫 타자가 됐다. KT는 이달 21일 이사회에서 KT파워텔을 디지털 보안 장비 제조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룹의 1호 자회사인 동시에 통신 부문이라는 점에도 KT가 KT파워텔을 매각하기로 한 데에는 그룹의 고질적인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T파워텔은 무전 통신 서비스 수요가 감소로 실적이 악화했다. 2010년 연 매출액은 1270억 원이었으나 2019년 627억 원으로 줄었다.
KT는 지난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회사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성장과 시너지가 없는 그룹사의 경우 과감하게 재편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엔 기자간담회에서는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11월에는 T커머스 사업자인 KTH와 모바일 쿠폰 비즈니스 업체 KT엠하우스를 합병하며 디지털 커머스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향후 정리 대상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유선전화(PSTN) 사업을 거론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영진은 노이즈를 감수하면서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은 정리하고 성장 산업은 육성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노조 반발과 정부가 PSTN 사업의 점진적 축소를 승인해줄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