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업계가 해외 완성차 제조사의 신차용 타이어(OE) 계약에 공들이며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다. 신차용 타이어는 완성차를 생산할 때 기본으로 장착되는 타이어를 뜻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아우디의 고성능 SUV ‘RS Q8’에 두 종류의 제품을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한국타이어는 △제너럴 모터스(GM) 픽업 ‘쉐보레 실버라도 헤비듀티’ㆍ‘GMC 시에라 헤비듀티’ △미니 'JCW GP' 한정판 △아우디 'RS 7 스포트백'ㆍ'RS 6 아반트' 등 지난해 하반기에만 해도 다양한 제조사와 OE 계약을 맺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전기차용 타이어 공급도 연이어 따내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수백㎏가량 무겁고, 파워트레인의 응답성이 높아 마모나 미끄러짐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엔진 소음이 없어 노면 소음이 더 크게 유입되는 만큼, 저소음 설계 역시 필요하다.
한국타이어는 테슬라 보급형 전기차 '모델3'에 이어 '사이버트럭', '모델Y'에도 OE를 공급하기로 했고, 포르쉐도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에 한국타이어를 장착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체코를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 스코다의 ‘옥타비아’와 ‘카미크’, 스페인 세아트의 소형 해치백 ‘이비자’, 아우디 SUV ‘Q5’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했다. 넥센타이어는 폭스바겐 8세대 ‘골프’와 ‘파사트’, 세아트 ‘레온’, 미국 전기차 업체 ‘카누’ 등의 계약을 따냈다.
신차용 타이어는 교체용 타이어(RE)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차용 타이어는 매출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업계가 운전자를 대상으로 직접 판매하는 소매 물량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신차용 타이어는 업계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신차용 타이어가 추후 교체용 타이어 수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운전자 대부분이 타이어를 교체할 때 기존에 장착한 제품을 사용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간의 뚜렷한 차이점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구매한 자동차가 처음에 장착한 타이어와 비슷한 제품을 선택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미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차용 타이어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신차용 타이어 공급 실적 자체가 제품의 이미지와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점도 OE 시장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접지력이 좋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납품하는 타이어'라는 설명이 훨씬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최근 들어 외국 제품을 신차용 타이어로 사용하는 일이 늘어난 것 역시 해외 OE 계약의 중요성을 높이는 변수다.
제네시스는 모든 차종이 미쉐린, 브릿지스톤, 피렐리 등 수입 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현대차ㆍ기아도 최근 들어 팰리세이드, 그랜저, 카니발, 쏘렌토 등에 수입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어 타이어 3사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외국산 타이어의 국내 판매 비중은 2016년 8.2%에서 2019년 18.1%로 매년 증가했다. 반면, 국산 타이어 업계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은 2017년 32.8%에서 지난해 1∼10월 기준 23.6%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