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전 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으면서 국내 보톡스 시장 재편에 관심이 쏠린다. 메디톡스는 2019년 기준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35%로, 업계 2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메디톡스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으로 경쟁 업체가 누릴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판매 중인 보톡스는 메디톡신 4개 용량(50단위, 100단위, 150단위, 200단위)과 코어톡스, 이노톡스인데 식약처가 전 제품의 품목허가를 취소 처분했다. 지난해 식약처는 서류 조작, 국가 출하승인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메디톡신 전 품목과 코어톡스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했는데 올해 부정한 방법으로 품목허가 및 변경허가를 받았다며 이노톡스까지 품목허가를 취소처분을 내렸다.
식약처는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을 회수ㆍ폐기 명령하는데 메디톡스는 지난해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반발해 집행정지와 함께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낸 메디톡스는 품목허가 취소 소송 본안 판결 후 30일까지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있지만, 현재 해당 품목에 대한 생산은 중지된 상황이다.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메디톡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 및 판매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셈이 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메디톡스의 보톡스 매출은 1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하락했다.
메디톡스 측은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낸 만큼 조만간 메디톡신과 코어톡스 제조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이노톡스에 대해서도 집행정치 신청과 함께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한 제조 및 판매는 가능해졌지만, 식약처 제재를 받은 만큼 시장에서 수요가 이어질지가 또다른 변수다. 지난해 3분기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메디톡스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리자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는 42%를 차지한 휴젤이다. 4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인 휴젤은 실적이 공개된 지난해 3분기까지 보톡스 누적 매출 456억 원을 달성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성장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업체 보톡스 제품의 품목허가 관련 이슈 영향으로 국내 점유율의 추가 확대가 이뤄졌고,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1위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는 효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휴젤의 4분기 실적도 메디톡스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나관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휴젤의 국내 보톡스 매출은 전년 대비 31.5% 증가한 210억 원으로 전망된다”라며 “특히 4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보톡스 내수 매출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3, 4위는 대웅제약(8%)과 휴온스(5%)다. 대웅제약의 ‘나보타’와 휴온스의 ‘리즈톡스’는 적응증 확대로 시장에서 쓰임새를 넓혀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나보타는 남성형 탈모, 대상포진 후 신경통증 감소 등의 효과를 입증했고, 리즈톡스는 양성교근비대증(사각 턱) 개선에 대한 임상시험 2상을 진행 중이고,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치료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지난해 말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보톡스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국내에는 수입산을 포함해 7개사의 보톡스 제품이 출시돼 있고, 올해와 내년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유바이오로직스 등에서 최대 6개 제품이 신규 출시될 전망이다.
다만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시장의 긴장감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을 이어오다 최근 1심 판결을 받았는데 이후 메디톡스가 국내 보톡스 업체들과 줄소송을 벌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메디톡스는 줄곧 보톡스 균주 기술은 세계적으로 극소수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20여 개 넘는 업체가 취득해 상품화한 것을 두고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혐의가 인정된 만큼 여타 업체에 대한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