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작가 A 씨는 웹툰이 업로드될 때마다 검색창을 켠다. 자신의 작품을 검색만 해도 불법 사이트가 처음으로 뜬다. 원고가 업로드되자마자 벌어지는 일이다. 플랫폼에 항의를 해봤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잡는 데 비용이 더 든다는 답만이 돌아왔다. 우후죽순 다른 사이트가 생긴다는 말은 덤이었다. “그래도 작가님 작품이 재밌으니 퍼가는 거 아니겠어요?” A 씨는 마지막 말에 모든 의욕을 잃고 말았다.
K 웹툰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웹툰 불법 유통의 피해도 맞물려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만화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60.3%는 디지털 만화 불법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를 공유해주는 유튜브,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를 통하는 경우가 38.9%, 웹하드 다운로드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가 19.6%, 해외 스캔 만화 사이트 또는 웹툰 복제 게시 사이트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가 13.8%였다.
웹툰 불법 유통은 작가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작가 B 씨는 “최근 웹툰의 성장세에 따라 유료결제로 수익을 얻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작가 수익에서 미리보기 등 유료 결제분이 줄어들면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8년 발간한 ‘만화 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불법 복제로 인한 누적피해액은 1조8621억 원에 달했다. 최근 K 웹툰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작가와 플랫폼이 속속 법적 대응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 15일 웹툰 작가들은 불법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 3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작가 1인당 150만~6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2019년 10월 작가들이 원고 1인당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청구한 데 비하면 적은 금액만이 인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불법 사이트에서 열람된 만큼 정식으로 과금했을 때 얼마의 손해를 봤는지를 추정해 (배상 금액을 인정하는) 방식”이라며 “조회 수 등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워 피해액은 어마어마한데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도 나름의 대책을 모색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의 불법 복제 및 유통을 방지하는 AI 기술 ‘툰레이더(ToonRadar)’를 활용한다. 웹툰 불법 업로드 인지 후 웹툰에 심어진 사용자 식별 정보를 읽는다. 평균 10분 안에 유출자를 적발, 재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툰레이더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며 “툰레이더 기술 등을 활용해 경찰이나 검찰 쪽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웹툰 불법유통사이트와의 분쟁에서 승소했다. 7일 어른아이닷컴 운영자 3명을 상대로 진행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1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소송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있고 피해액 대비 배상액이 크진 않지만, 창작자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중소 업체나 개인 단위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카카오페이지에서) 업체들에 경고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10월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 구성을 주도했다. 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주식회사, 탑코, 투믹스 등과 손잡고 불법유통 정보를 공유하고 해외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현재 당장 어른아이닷컴 같은 성과는 없지만, 진전 사항들은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의 노력에도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는 성황이다. 19일 오후 11시 기준 한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에만 하루에 약 22만5000명이 방문했다. 네이버 인기 웹툰 ‘뷰티풀 군바리’, ‘집이 없어’,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이 실시간으로 업로드 중이었다. 유료 결제를 해야 하는 미리 보기 분량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작가 C 씨는 “웹툰 한 컷 두 컷이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며 “300원, 500원 결제하기 싫어서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인식이 아쉽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