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규정을 위반한 동료의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회사에 제출하면서 허위사실을 적은 것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3명에게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A 씨 등은 함께 일하는 B 씨가 외부에서 고객을 만나거나 다른 직업을 갖는 등 캐디 자율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일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이들은 B 씨에 대해 ‘유흥을 일삼거나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등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으므로 골프장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허위 사실이 담긴 요청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했다.
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명 자료를 동료들에게 읽고 서명하게 하는 등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스스로 캐디는 회사에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어서 자율적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징계권자가 아닌 회사 관계자와 다른 도우미들에게 허위 사실을 적시한 이상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A 씨 등이 허위 사실이 담긴 요청서를 회사에 제출한 행위는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출입금지 처분을 요청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적시한 허위 사실이 담당자를 통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