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년 만에 재구속…법원 "준법위 선제적 감시까지는 못 해"

입력 2021-01-18 15:44 수정 2021-01-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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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가 양형에 참작할 만큼 실효성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열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지 2년 11개월 만에 다시 수감 생활을 하게 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실효성 충족 못 해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삼성이 만든 준법감시제도 운용의 실효성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 측에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삼성은 준법과 윤리 경영을 위한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고, 재판부는 이를 평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재판부가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특검이 반발하면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특검은 지난해 2월 “예단을 가지고 편향적 재판을 한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며 기각했다.

9개월여 만에 재판이 재개된 뒤에도 특검의 반발은 계속됐다. 삼성의 준법감시위 운영에 대해서도 재판부와 특검, 변호인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3명은 각각 다른 평가 결과를 내놨다.

특검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따지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진지한 반성'으로서 양형 사유로 인정하더라도 양형 기준에 따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여러 각도로 준법감시위를 살펴본 재판부는 결국 실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수동적 뇌물…준법감시위, 선제적 감시 활동은 못 해"

정 부장판사는 “전문심리위원들의 점검 결과 등을 종합하면 개별 계열사에서 독립 설치된 삼성 준법감시위 권한과 역할, 계열사 내 준법감시조직의 유기적 연계, 위법행위 신고시스템 구축 등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에 대해 선제적 감시 활동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컨트롤 타워를 운영하는 준법감시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체결한 7개사 이외 회사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 제공을 위해 사용한 허위 계약을 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등 제도 보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로 범행이 이뤄진 점과 업무상 횡령 피해액 전부가 회복된 점 등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정 부장판사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으므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평가할 때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비록 실효성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용, 선고 전부터 굳은 표정…끝내 침묵

이날 이 부회장은 '선고를 앞두고 그룹에 지시한 사항이 있나', '준법감시위원회 효용성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갈라져 "이재용 무죄", "이재용 구속" 각각 외쳤다.

선고를 앞두고 이 부회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고 방청석 쪽을 힐끔힐끔 보는가 하면 변호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결국 실형이 선고되자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준 마지막 발언 기회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부회장 측을 대리한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은 본질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본질을 우리가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부정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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