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한파에 아웃도어 업체가 오랜만에 웃었다. 최근 2년간 예년보다 다소 덜 추웠던 겨울 날씨에 플리스(일명 뽀글이)가 대체재로 급성장했으나 올해 북극발 최강 한파로 주력제품인 패딩 매출이 더 높게 나타나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한반도는 3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가 닥쳤다. 북극발 최강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8일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1986년 영하 19.2를 기록했던 날 다음으로 최저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에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이같은 날씨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추운 날씨가 길어지고 있다.
이에 아웃도어 업체의 ‘본진’인 패딩이 맹활약했다. 17일 온라인 패션업체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패딩 카테고리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겨울철 전체 아우터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9% 올랐다.
주요 아웃도어 패션전문업체에서도 패딩 제품의 매출 신장률이 확인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같은 기간(4~10일) 다운 아우터 상품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45%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코오롱FnC 제품 중에서도 보온성 기능을 강조한 '안타티카'의 판매량이 5배 신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방한제품도 잘 팔렸다. 코오롱FnC의 여성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의 롱부츠 ‘로멜2’제품의 경우 출시 일주일 만에 2차 리오더를 진행했으며, 한 달 만에 초도물량을 완판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기록적인 한파에 이어 다시 많은 양의 눈이 예보되면서 기능성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라면서 “코오롱몰 내 급상승 검색어에 롱패딩과 슈콤마보니가 나란히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블랙야크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의류는 약 50%, 용품은 120% 이상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강력 한파에 방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활동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해가며 추위에 대비한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와 용품의 꾸준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아웃도어 활동 시 레이어링 착장으로 보온성을 더할 수 있는 중경량 심리스 웰딩 구스 다운 자켓 ‘B네오포스다운자켓’은 현재 약 75%의 판매율로 베스트셀러 제품에 등극했다. 이밖에도 방한용품인 귀마개나 아이젠 등 겨울 산행 아이템 역시 꾸준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2도 이달 의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1~11일까지) 50% 신장했다고 밝혔다. 코볼드 라이트, 앨리스 롱 등 다운 제품군이 인기를 얻으며 매출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기 방한용 패딩장갑, 넥게이터 등 방한용품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올랐다.
K2 의류기획팀 이양엽 부장은 “기능성뿐 아니라 스타일을 갖춘 실용적인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패딩 제품의 ‘반짝’ 판매 호조세는 일명 ‘뽀글이’라 불리는 플리스 제품보다 매출이 높아 특히 더 눈길을 끈다. 2018~2019년 평년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에 아웃도어 업체의 주력제품이라 할 수 있는 롱패딩 제품의 매출 성적이 부진했었다. 이에 아웃도어 업체들은 패딩 대신 플리스, 기타 방한용품 제품군을 강화하며 발빠르게 상품 다각화에 나섰다.
올해는 본격적인 한파와 함께 고가 제품인 다운 패딩의 판매세가 플리스를 능가하고 있어 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플리스가 잘 팔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파 영향으로 ‘레스터 G 구스다운 롱패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K2 관계자 역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나홀로 야외 활동이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신규 고객 유입이 늘어난 데다 올겨울 예상보다 추운 날씨로 겨울 매출이 증가했다”라면서 “플리스 제품과 비교해 다운 매출이 훨씬 높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