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개정안, 관치 의도" 반발
새해부터 건설업계가 정부와 여당의 일방통행식 졸속 입법으로 ‘암초’를 만났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 대표를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뒀다. 건설업계는 국내·외 수만 곳에 달하는 건설현장을 운영하는 특성상 중대재해법 통과 시 가장 큰 후폭풍을 겪을 전망이다. 또 민간 조직인 건설공제조합 운영 체제를 바꿀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안도 입법예고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다음날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표결할 예정이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법안을 처리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통과에 비상이 걸렸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업 대표 처벌 조항이 명시됐다. 또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고 상대적으로 중대재해 비율이 높은 건설업의 특성도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전날 “대형 건설사의 건설현장은 통상 업체당 300곳 이상”이라며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곧 올 수도 있는 만큼 법 제정을 중단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는 재계의 호소에도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앞선 논의 과정에선 경영책임자 또는 사업주 처벌 하한을 애초 정부 협의안인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 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하는 데 그쳤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이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국외 사업장은 해당 국가의 관련법도 적용받는데 중복 규제를 받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고 대표이사 처벌 조항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건설 현장에서 모듈 공법과 로봇 사용을 시도했는데 (법 제정으로) 사람을 더 적게 쓰는 방향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국토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건산법 개정안도 건설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에 건설협회장을 배제하고 건설사 운영위원 참여를 축소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사업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출자한 순수 민간기관으로 이번 개정안 통과 시 ‘관치 운영’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건설공제조합 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건산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