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로도 지난해 전국 집값이 5%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9년 만에 최고치다. 전셋값도 4.6% 올라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5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12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90% 올랐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누적 상승률은 5.36%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지난해 전국 집값은 7월 0.61% 상승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 등의 영향으로 8∼10월 0.47%, 0.42%, 0.32%로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줄였다. 그러나 전세시장 불안 등 영향으로 11월 0.54%, 12월 0.90%로 다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값이 7.57% 올라 가장 크게 뛰었다.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각각 2.50%, 1.16% 상승했다. 아파트는 9년 만에, 연립주택은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단독주택은 전년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2.67% 올라 2018년(6.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1.25%)의 두 배가 넘는 상승폭이다.
서울에선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구가 4.74%로 가장 크게 올랐다. 이어 구로(3.61%)ㆍ동대문(3.59%)ㆍ강북구(3.49%) 순으로 올라 외곽 및 중저가 지역의 강세가 뚜렷했다. 서울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0.59%)ㆍ서초(0.81%)ㆍ송파구(1.48%) 등 강남3구의 상승률은 평균을 밑돌았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행정수도 완성론'이라는 호재를 안은 세종시로 일년 새 무려 37.05% 뛰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6.49% 오른 가운데 경기는 9.14%, 인천은 6.81% 각각 상승했다.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지난해 4.61% 상승했다. 이는 2015년(4.85%) 이후 5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2019년 한 해 1.26% 하락했던 전셋값은 지난해 상반기 0.3% 이내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개정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추진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7월 0.32% 상승한 전국 전셋값은 줄곧 상승폭을 키우더니 지난달엔 무려 1%에 육박하는 0.97%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셋값 강세가 작년 마지막 달까지 계속된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9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연립주택은 0.88%, 단독주택은 0.22% 상승했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곳은 세종시로 47.41% 폭등했다. 울산과 대전이 각각 11.97%. 10.38% 올랐다. 수도권은 5.59% 상승했다. 이 중 서울이 3.66%, 인천, 경기가 각각 6.64%, 6.70%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저금리와 청약 대기 수요,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이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셋값을 밀어올린 요인에 입주물량 감소까지 더해져 전셋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전국 전셋값 상승률을 4%로 점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대한건설정책연구원보다 더 높은 5%로 예측했다. 건산연은 특히 전세시장 불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은 주택 가격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 수를 늘리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통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