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은 매매값 0.5% 하락 전망
올해 천정부지로 뛴 집값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원들은 내년 집값 상승에 일제히 무게를 뒀다. 전셋값 역시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내년 주택시장을 전망하면서 집값이 2%(전국 기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셋값 상승폭은 4%로 점쳤다. 올해 매매ㆍ전세가격 예상치인 6%보다 낮지만 오름세는 유지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과 우리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역시 내년 집값이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데다 치솟는 전셋값이 매맷값 상승을 압박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유일하게 내년 주택 가격이 0.5%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반면 전세가격 상승폭은 대한건설정책연구원보다 더 높은 5%로 예측했다. 이는 건산연의 올해 전셋값 전망치(4.4%)보다도 높은 수치다. 서울ㆍ수도권 주택 준공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신축 전세 공급 감소, 개정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인한 물량 잠김에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2년+2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초기 혼란이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혼인 및 세대 분리 등의 고정수요와 3기 신도시 등 분양 대기 수요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시장 불안이 2022년까지도 진정되기 어렵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시장에선 임대차시장의 불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기 불황까지 더해지면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의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확실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민간의 임대 공급 물량 확대 차원에서 실거주 요건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도 방법"라고 조언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정책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