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1000명대를 기록하며 정부가 수도권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인 가운데 대형마트가 집합금지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생필품의 유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집합금지 대상 시설 제외를 주장하는 반면 마트노조는 시민과 점원의 건강권을 위해 운영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서는 가운데 정부는 생필품을 구입하지 못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마트 폐쇄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마련한 거리두기 단계별 실행방안에 따르면 코로나 3단계로 격상될 경우 백화점·복합쇼핑몰·아웃렛 등 대형 유통시설(면적 300㎡ 이상 소매 점포)은 집합 금지 조처가 내려지고, 영업이 중단된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면적상으로는 대형유통시설에 해당하지만, 생필품을 취급하는 ‘필수 시설’로도 분류돼 집합 금지 제외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정례 브리핑에서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단계는 (지금의 2.5단계보다) 훨씬 더 강화된 조치이긴 하나, 마트를 봉쇄하고 생필품을 사지 못하는 정도의 조치라고 생각하긴 어렵다”며 “그런 단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코로나19를) 억제·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오전 기자 설명회를 통해 “대형마트는 면적 기준으로 폐쇄하기보단 생필품 중심으로 운영을 허용하되 다른 목적의 쇼핑은 차단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각 부처의 의견을 받은 후 질병청의 방역적 판단과 함께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직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3단계 격상에도 폐쇄가 없을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포 구역을 식품과 휴지 등 생필품과 나머지 카테고리를 등으로 사실상 나누기가 힘든 만큼 폐쇄는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빠른 시간 내 확실하게 결정지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확정된 순간 장기 저장을 위해 고객이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몰릴 수도 있다”면서 “생필품을 주로 파는 유통 채널은 열어두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품 업체도 무슨 잘못이 있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대형마트 3사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수는 2000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가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을 회원사로 둔 체인스토어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식품부 등에 ‘코로나 방역 3단계 시행에 따른 대형마트 등의 집합금지 대상 시설 제외 필요성’이란 제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대형마트는 생활필수품을 국민에게 보급하는 대표적인 소매 업태로 재난이 발생하면 그 유통 기능이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면서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생필품을 공급하는 대형마트를 폐쇄 대상에 포함시키는 사례는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협회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될 경우 해외처럼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 안정도 흔들릴 수 있고, 생필품 공급처가 소규모 매장으로만 운영될 경우 단위 면적당 밀접 접촉자가 많아져 방역에도 구멍이 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에 따른 물류 대란과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생필품 구매가 어려워져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마트 노조는 코로나 3단계시 대형마트도 집합금지시설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현재 대형마트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으며 코로나 19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 매장으로 밀려드는 많은 고객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해 대형마트 운영제한을 전국적으로 시행해 국민들과 마트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꼭 필요한 생필품의 경우 중소상공업체와 인접 상점을 통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대형마트를 제한시설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면서 “수많은 고객들이 모일 수 있는 대규모 집합시설이므로 코로나 3단계시 반드시 집합금지조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며 고객들과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마트에서 일부 식료품의 매출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재기 분위기로까지 해석되지는 않는다.
11일부터 15일까지 롯데마트 매출은 2주 전과 비교해 13% 올랐다. 라면이 31.3% 더 팔렸고, 컵밥은 12.7% 늘었다. 화장지와 생수 매출도 각각 37.2%, 7.7% 증가했다. 지난 8~15일 이마트의 과일 매출은 3주 전에 비해 16.7% 상승했고, 축산은 16.4%, 양곡은 12.5% 잘 팔렸다.
하지만 사재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형마트의 설명이다. 마트 관계자는 “사재기라고 하면 매장 입구부터 줄을 서서 들어가고, 카트마다 상품을 가득 실어야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면서 “전체 매출도 주목할만한 큰폭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품목별 매출은 오히려 프로모션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심야 시간대 영업시간이 줄어들자 주간 시간대 고객이 좀 더 늘어나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발 디딜 틈이 없다거나 매출이 폭등하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했다.